[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국내 화장품업계의 맏형 격인 LG생활건강이 글로벌 K뷰티 열풍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신흥 강자인 에이피알에 시가총액을 추월당한데 이어 화장품 사업부문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차석용 전 부회장 시절 단행된 대규모 M&A의 후유증이 여전히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임 이선주 대표 체제에서는 글로벌 전략 재편을 통한 실적 정상화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LG생활건강은 차석용 전 부회장 체제에서 압도적인 외형 성장을 이뤘다. 차 전 부회장은 2005년 대표이사로 취임해 2022년까지 약 17년간 회사를 이끌며 2005년 1조121억원이던 매출을 2021년 8조915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그의 전매특허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었다. 차 전 부회장 체제에서 LG생활건강은 2007년 한국코카콜라음료 인수를 시작으로, 더페이스샵, 해태음료, 피지오겔 등 약 30여 건의 M&A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기존 '뷰티·생활용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화장품·생활용품·음료의 3대 축으로 재편했고 업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다만 일각에선 임기 말 북미시장을 겨냥해 단행했던 M&A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현재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더 에이본 컴퍼니는 2019년 LG생활건강이 지분 100%를 약 1450억원에 인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며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더 에이본은 2020년 한 차례 흑자를 제외하고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4년 당기순손실은 280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가 (-)1933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 외에도 2021년 1200억원에 인수한 헤어케어 브랜드 보인카, 2022년 1500억원을 들인 미국 색조 브랜드 더크렘샵 역시 북미 시장 실적을 견인할 만큼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인카는 2024년 기준 매출 295억원, 순이익 7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더크렘샵은 매출 1240억원, 순이익 276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북미 시장 확대를 견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북미 브랜드의 부진은 차석용 전 부회장이 인수한 기업들이 시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대표 교체가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3년 선임된 이정애 전 대표는 바통을 넘겨 받은 북미사업 재정비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 실적 반등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2분기 LG생활건강의 뷰티 부문은 20년 만의 분기 적자(163억원)를 기록했고 3분기에는 적자가 588억원으로 확대됐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지난해 9월 자리에서 물러나고 로레알코리아 출신의 이선주 대표가 새로 방향키를 잡았다.
신임 이선주 대표 체제에서 LG생활건강은 글로벌사업의 체질개선과 시장별 맞춤형 전략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북미시장에서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유통 채널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 회복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온라인은 아마존, 오프라인은 코스트코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K-뷰티 영역으로 각광받는 헤어케어 분야에서 '닥터그루트'를 앞세워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미국시장의 K-뷰티는 인디 브랜드 중심의 가성비 시장이 주류지만 LG생활건강은 '더후' 등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워 고급 화장품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LG생활건강의 전망을 여전히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삼성증권 이가영 연구원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4분기에도 LG생활건강의 실적은 짙은 안개 속에 있다"며 "화장품 부문은 매출 부진에 구조조정 비용이 더해지고 생활용품은 내수부진, 음료는 계절적 비수기로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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