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최근 금융권의 시선은 금융감독원장의 입에 쏠려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시도를 두고 '참호 구축', '에이징(노령화)된 골동품 리더십'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를 향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뒤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향한 금융당국의 시선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8대 은행지주 지배구조 특별점검 실시' 자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감원은 이른바 'A지주'가 롱리스트(Long-list) 선정 직전 회장의 재임 연령 규정을 유리하게 변경해 연임을 결정한 사례를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형식적 이행' 사례로 지적했다. 회장 연임을 위한 '맞춤형 규정 개정'으로 규정한 셈이다.
물론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지주 승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특정 직업군에 쏠린 이사회의 구성을 다양화하겠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이사회를 채우고 '들러리' 후보를 세워 연임을 굳혔다면 이는 분명히 개선돼야 할 문제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도 분명하다. 연임 그 자체가 반드시 척결해야 할 '악'인가 하는 문제다. 이 원장은 연임 시도가 차세대 리더십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하지만 주주 입장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경영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을 담보하는 합리적 선택일 수도 있다. 문제의 본질은 연임 여부가 아니라 그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있다.
오히려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연임 자체가 아니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감독 기준이다. 불과 1년 전 전임 이복현 금감원장 체제에서는 별다른 문제로 지적되지 않았던 사안이 금융당국 수장이 바뀌고 정권의 기류가 달라지자마자 곧바로 중대한 결함으로 둔갑하는 현상은 시장에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낸다.
금융지주는 당혹스럽다. 어제는 '자율적 판단'으로 존중받던 결정이 오늘은 '부적절한 관행'으로 특별점검의 대상이 된다. 감독 기준이 자꾸 흔들리면 금융사는 결국 당국의 눈치만 살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관치 금융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은 신뢰를 먹고 산다. 그리고 그 신뢰의 바탕에는 예측 가능한 원칙과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금융당국의 문제 의식이 날카로워지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다만 그 칼날이 그때그때 다른 잣대에 따라 휘둘러진다면 시장은 감독의 진정성부터 의심하게 될 것이다. 지배구조 선진화를 말하기에 앞서 금융당국 스스로가 얼마나 일관된 기준을 세우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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