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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00억 신화 설계자…신기천의 마지막 소명
김현호 기자
2026.01.21 07:30:16
이민주 회장과 36년 에이티넘과는 사실상 한 몸…셰일가스 실패한 사위에 승계 부담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0일 15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모험자본의 역할이 커지며 벤처투자 시장에도 새로운 기대가 모이고 있다. 다만 시장의 마중물이 되는 출자 규모가 확대될수록 대형 운용사로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책·민간자금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운용자금을 총괄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존재감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유력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조명한다.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신기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부회장은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다. 30년 넘게 한 회사에 몸담으며 업계 큰 형님으로 활약한 상징적 인물이다. 에이티넘 창업주인 이민주 회장의 가신으로 이 하우스를 티어원(Tier 1) 반열에 올렸고 최근에는 리더십 교체라는 차세대 지배구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래픽=오현영 기자)

1962년생인 신기천 부회장은 대전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학·석사를 받았다. VC 경력은 에이티넘의 전신인 한미창업투자 시절부터 이어졌다. 1989년 입사해 재직 기간은 36년에 달한다. 상당수의 벤처투자가들이 하우스를 이리저리 옮기며 트랙레코드를 쌓는 것이 일반화한 업계에서 신 대표는 한 회사에서 장기 재직하면서 회사와 자신의 업력을 동시에 축적해 왔다는 것이 독보적인 커리어로 평가된다. 


이런 맥락에서 2023년 9월 결성한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 펀드는 말하자면 신기천이라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서사시의 클라이막스에 비유할 수 있다. 벤처펀드인데도 결성액이 8600억원에 달해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컸던 코로나 이후 국면에서 해외 자금이 아닌 국내 투자가들을 중심으로 '메가 펀드'를 결성해 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사례로 기록된 것이다. 당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VC 출자자(LP)를 사실상 모두 끌어와 모험자본 시장이 대형화했다는 해석을 뒤따르게 만들었다. 대표 펀드매니저는 김제욱 부사장이지만 신기천 부회장의 역할을 빼놓고는 펀드의 상징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에만 머문 한계도 그에 대한 평가에 따라붙는다. 오랜 기간 활동했으나 업계를 이끌 수 있던 벤처캐피탈 협회장 등 명시적인 리더십을 맡은 적은 없다. VC 산업은 오너십이 강하고 대표성이 지배구조와 맞물리는 경향이 있는데 신 부회장에게는 이민주 회장이라는 선굵은 오너가 있기 때문이다. 신기천 부회장은 벤처캐피털리스트이지만 대부분이 이민주 회장의 복심으로 일하면서 쌓은 커리어라는 평가를 얻는다. 독자적으로 대외 활동을 펼치거나 자사 하우스가 아닌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란 어려웠을 거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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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천 부회장은 일찌감치 정책자금의 한계를 지적하며 민간 모펀드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민간 모펀드를 운용하는 하우스는 평균 이상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때마침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기 시작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도 민간 자금을 끌어와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인데 정책자금을 활용하는 모태펀드와 달리 민간 자금으로 벤처 시장의 마중물을 공급하는 구조라 에이티넘에는 더 없이 좋은 성장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신 부회장 개인적으로는 커리어가 황혼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현역에서의 은퇴설이 꾸준히 제기된다. 하우스가 딥테크와 서비스·플랫폼, 바이오, 게임·콘텐츠 등 부문대표 체제로 성장축을 분담했고 오너 일가와의 연결고리 속에서 대표이사 체제가 이미 자리 잡았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하우스는 2000년부터 신기천 1인 대표 체제였으나 슬하에 아들이 없는 이민주 회장이 첫째 사위인 이승용 대표를 내세우면서 지난 9년 간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오라클과 골드만삭스를 거쳐 2009년 하우스에 합류했다.


이승용 대표는 장인어른이자 한국의 조지 소로스로 꼽히는 이민주 회장과 달리 셰일가스 투자 대실패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지난 2011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모회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는 미국 원유·가스 탐사업체인 샌드리지에너지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하지만 유가 급락으로 사업 채산성이 흔들려 투자 기구는 청산 수순에 들어가 보유 자산을 회수 불가로 판단해 전액 손상 처리 했다. 투자 기구는 골드만삭스에서 셰일가스 투자 가능성을 직접 가져온 이 대표가 직접 이끌었다. 이 회장은 셰일가스 투자 실패에 대한 충격으로 한동안 격노했고, 이후 노화에 따른 건강 악화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신기천 부회장이 퇴임하면 에이티넘의 내부 균형추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에이티넘을 승계할 것으로 보이는 이승용 대표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여전히 냉랭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상징성이 큰 인물이 물러나는 순간 조직의 구심점이 성과로 증명돼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결국 신 부회장의 용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사위 경영'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하우스의 다음 10년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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