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메리츠화재가 무저해지 보험 시장의 과열 경쟁 속에서 회계적 원칙을 고수한 결실을 맺었다. 금융당국의 해지율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낙관적 가정을 앞세운 경쟁사들의 거품이 걷히자, 메리츠화재의 CSM(보험계약마진) 전환배수가 급상승했다. 시장 점유율 하락을 감수하고 보수적인 계리 가정을 유지한 전략이 규제 환경과 맞물려 수익성 강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13일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지난해 CSM 전환배수는 12.1배로 전년(11.2배) 대비 상승했다. CSM 전환배수는 신계약에서 창출되는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를 나타내는 CSM이 보험료 대비 얼마나 효율적으로 쌓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배수가 높을수록 계약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는 수익성 개선의 배경으로 무저해지 상품 시장 정상화를 꼽았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무저해지 상품 해지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메리츠화재의 점유율과 수익성이 함께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CSM 전환배수 역시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 기간 중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일반 상품보다 적다. 다만 보험료 산정 과정에서 예정 해지율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가격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 해지율을 높게 가정할수록 보험금 지급 부담이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돼 보험료를 낮출 수 있고, 그만큼 CSM도 크게 쌓이는 구조다.
가이드라인 도입 전 일부 보험사들은 관찰되지 않은 초장기 구간에 높은 해지율 가정을 적용하며 가격 경쟁을 이어왔다.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경쟁사들이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시장 가격 구조가 재조정됐고, 그동안 보수적인 가정을 유지해 온 메리츠화재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회복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조는 메리츠화재가 IFRS17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회계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메리츠화재는 실손보험 손해율과 무저해지 해지율 가정 등에 대해 업계의 자의적 추정 관행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회계적 정합성을 강조해왔다. 이후 금융당국이 실손보험과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시장 가정 체계가 정비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메리츠화재는 시장 점유율 하락을 감내하더라도 관찰되지 않은 해지율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최적 가정을 적용한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며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무저해지 상품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신계약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메리츠화재의 전환배수 상승을 단순한 외형 확대 효과로 보지 않는다. CSM 전환배수는 신계약의 미래 이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에 가정 체계가 보수적으로 정비된 환경에서 배수가 상승했다는 점은 의미가 다르다는 해석이다. 과도한 해지율 가정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CSM의 질적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는 단기 실적 개선을 넘어 중장기 이익 체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이전에는 해지율 가정에 따라 CSM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정 범위가 제한된 상황"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전환배수가 상승했다는 것은 가격 경쟁력 회복과 실제 신계약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정상화 흐름이 유지된다면 메리츠화재의 수익성 방어력은 이전보다 안정적인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현재와 같은 합리적인 시장 환경이 유지된다면 수익성 개선과 매출 확대를 통한 이익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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