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올해 1분기 키움증권의 부채자본시장(DCM) 주관 실적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키움이 신한투자증권을 밀어내고 리그테이블 4위에 올라서며 고착화됐던 기존 4강(KB·NH·한투·신한) 구도에 균열을 낸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 농구선수를 했던 김상기 키움 상무(커버리지 본부장)는 이 틈바구니에서 190센티미터가 넘는 키로 덩크슛을 꽂아 넣고 있는 주역으로 꼽힌다. 기존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발행사 딜은 놓치지 않으면서 그간 접점이 없던 기업들과도 관계를 넓히는 양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8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일반회사채 주관금액은 2조3163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위는 4위다. 집계 대상은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된 공모 회사채(후순위채 포함)다. 하이브리드 성격의 신종자본증권은 제외했으며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특수채·금융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역시 포함하지 않았다.
그간 키움증권은 줄곧 8위권에 머물던 중위권 하우스였다. 최근 7년간 DCM 실적을 보면 ▲2020년 8233억원(8위) ▲2021년 1조5492억원(8위) ▲2022년 1조4082억원(8위) ▲2023년 1조7226억원(8위) ▲2024년 2조4862억원(8위) 등 외형은 성장했지만 순위는 제자리걸음이었다.
흐름이 바뀐 것은 지난해부터다. 키움증권은 2024년 말 3조9460억원의 실적을 쌓으며 6위로 올라섰고 올해 들어서는 1분기 만에 4위까지 도약했다. 8위 하우스라는 꼬리표를 떼고 상위권 진입에 성공한 셈이다.
DCM 시장 상위권은 오랜 시간 4강 체제로 굳어져 있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번갈아가며 1~4위를 점유하고 SK그룹 딜이 몰릴 때만 SK증권이 일시적으로 끼어드는 구조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키움증권이 이 틈을 파고들며 신한을 밀어내고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번 성과는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21조1497억원으로 전년 동기(30조4370억원) 대비 29.93% 감소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 여파로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발행사들이 필요 자금만 보수적으로 조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다.
자연히 발행사들의 주관사 선정 기준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단순한 네임밸류보다 금리 레벨을 안정적으로 맞출 수 있는 실행력과 투자자 네트워크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키움증권이 주요 딜을 잇따라 따내며 4위에 오른 것은 시장 신뢰를 확보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딜 구성을 보면 전략의 방향성이 뚜렷하다. CJ그룹과 포스코그룹 딜은 빠짐없이 챙기며 기존 고객 기반을 단단히 유지했다. 동시에 한솔테크닉스, 해태제과식품, GS파워 등 기존 커버리지 기업들도 놓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LG에너지솔루션, 메리츠금융지주, 대신증권, 현대제철 등 그간 인연이 없던 발행사들과 신규 트랙레코드를 쌓으며 외연을 넓혔다. 단순히 지키는 영업에 그치지 않고 넓히는 영업까지 병행한 셈이다.
눈길을 끄는 딜은 LG에너지솔루션 딜이다. 키움증권은 2024년 말 카드매출채권 유동화 딜을 계기로 관계를 맺은 뒤 2025년 공모채 인수단 참여 등을 통해 접점을 이어갔다. 그 결과 올해 2월 8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서 대표주관사로 참여할 수 있었다. 총 2조5000억원의 수요를 끌어내는 등 성과도 냈다.
SK그룹 딜 역시 상징성이 크다. 키움증권은 SK그룹 AA급 발행물에 처음으로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렸고, 해당 딜에서 5배 이상의 수요를 확보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키움증권 커버리지조직 측은 "발행 시장 여건 파악과 동시에 발행사와 투자자 간의 니즈를 파악하고 간극을 맞추기 위해 들인 노력의 결과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SK그룹 전반으로 보면 수임 실적은 아직 제한적이다. 올해 1분기 SK그룹 계열사 9곳이 회사채 시장에 나섰지만, 키움증권이 참여한 딜은 SK㈜와 SK에코플랜트 등 일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은 발행 규모 1위 이슈어인 만큼 이곳에서의 존재감을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순위 유지의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적으로는 커버리지 조직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움증권은 기존 4개 팀 체제에서 올해 1분기 1개 팀을 추가해 총 5개 팀으로 확대했다. 커버리지 영역을 세분화해 발행사 밀착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김상기 상무, 문찬영 상무, 김태현 본부장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키움증권은 향후 발행사의 자금조달 목적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솔루션을 강화하고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시작한 발행어음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모험자본 공급과 기업금융 확대를 병행하며 커버리지 기반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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