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현대로템의 K2 전차 수출이 확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생산 일정 관리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주가 쌓이는 속도와 생산이 따라가는 속도 사이의 간격 관리가 현대로템의 중기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폴란드가 현지 생산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현대로템의 생산 일정에 차질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납기 딜레이로 인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와 맺은 총괄계약 1000대 중 현재까지 확정된 물량은 1·2차 합산 360대다. 잔여 640대에 대한 3~6차 계약이 남아있는 가운데, 이라크·루마니아·페루와의 추가 수출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2025년 8월, 폴란드 군비청과 65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창원 공장에서 제작될 한국 표준형(K2GF) 116대와 구난·개척·교량 전차 등 계열 차량 81대가 포함됐다. 주목할 점은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 공장에서 조립될 폴란드형(K2PL) 모델의 본격적인 등장이다.
2026~2027년까지는 창원 공장 생산 물량이 우선 인도된다. 이어 2028년 국내에서 K2PL 3대를 제작해 기술 이전을 지원한 뒤, 2029년부터 폴란드 현지 조립이 시작된다. 문제는 3차 계약 논의 시점과 현지 생산 실적 사이의 시차다. 업계는 3차 계약 협상이 이르면 올해 말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로템 유럽방산법인장은 현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세 번째 실행 계약이 체결된다면 폴란드 기업과의 협력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폴란드 기업과의 협력 수준이 대폭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3차 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계약 당일까지 변수가 많고 조항도 바뀔 수 있어 지금으로선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현금 흐름과도 직결된다. 현대로템은 올해 초 약 21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선수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계약금의 약 30% 수준으로, 나머지 70%는 전차를 한 대씩 인도할 때마다 받는 구조다.
하지만 방산업계에서는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원청인 현대로템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도에서 K9 자주포를 생산할 당시, 현지 부품사 문제로 공정이 지연되며 납기 리스크를 떠안았던 전례가 대표적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은 부품 수급, 인력 숙련도 등 안정화까지 최소 수년이 걸린다"며 "공정에 차질이 생기면 납기와 수금이 동시에 밀리는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로템 측은 "3차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라 구체적인 언급이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이 "현지 생산 거점 구축이 후속 계약의 이행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한 만큼, 향후 3~6차 계약에서 현지 생산 비중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폴란드 외에도 수출 전선은 이라크, 루마니아, 페루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라크는 노후 전차 교체를 위해 K2 도입을 검토 중이며, 루마니아는 차세대 전차 예산을 배정하고 K2를 유력 후보로 올려두고 있다. 페루 역시 지난해 말 전차 및 장갑차 공급을 위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들 국가와의 협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성사될 경우, 현대로템이 소화해야 할 물량은 폴란드 잔여분을 포함해 1000대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현재 업계가 추산하는 현대로템의 실제 가동 속도는 연간 100대 내외다. 2023년 설비 투자 이후 최대 생산 능력이 연간 200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나, 글로벌 수주 물량을 동시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3차 계약 조건이 향후 로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폴란드가 현지 생산 비중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수용하면 생산 리스크가 커지고 거부하면 수주 물량 확보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생산 거점을 관리하는 현대로템의 운영 역량이 중기 성장의 핵심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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