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자 한국거래소가 벤처투자 시장에 민간 자본을 원활히 공급하고자 도입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가 연내 만들어진다. 이달 중 전산 프로그램 개발을 마무리하고 회원사 대상 모의시장을 운영해 거래 안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다만 투자자 모집과 세제 혜택 관련 법안 정비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본격적인 시장 상용화가 내년부터는 가능할 전망이다.
이완수 한국거래소 상장제도팀장은 9일 딜사이트와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가 '코스닥 3000 시대, 혁신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묻다'라는 주제로 공동 주최한 VC포럼에서 한국거래소의 BDC 제도 도입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 팀장은 현재 정책펀드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민간의 역할이 제한적인 탓에 모험자본 공급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팀장은 "BDC 제도를 통해 일반 국민 등 민간에게 비상장 기업 투자 수익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재투자가 이뤄진다면 BDC를 매개로 한 선순환적 벤처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벤처펀드 결성 금액은 2021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벤처·혁신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간 벤처캐피탈(VC)과 스타트업이 정부 자금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민간 자본 유입을 이끌어낼 BDC 제도의 당위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미국은 이미 2024년 기준 50개 BDC를 상장시켜 1590억달러(약 236조원) 규모의 자금이 흐르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2019년 도입 방안 발표 이후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등의 논의를 거쳐 작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3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으나 실제 거래 체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현재 신한자산운용이 전문투자자 자금을 모집하며 상장 채비에 나섰지만 전문투자자 자금으로만 설정된 BDC에는 최대 3년의 상장 유예 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BDC 상장은 인가제로 예비 심사 신청과 승인 및 증권신고서 제출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며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1호 펀드 역시 전문투자자 자금 중심으로 구성되어 사실상 연내 상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심사가 지연되면서 세제 혜택 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점도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을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거래소는 거래 시스템 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7일 전산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해 즉시 거래 가능한 상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4월 중 약 3주간 회원사 대상 모의시장을 운영해 시스템 전반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BDC 시장은 코스닥 내 별도 시장으로 개설되며 접속매매와 단일가매매 방식을 준용하되 가격제한폭은 ±30%로 설정된다.
이 팀장은 "BDC는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금융투자협회 및 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연내 상장이 이뤄진다면 문제 없이 거래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는 향후 거래량과 유동성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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