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제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게임 체인저'가 됐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대한민국을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AI 3대 강국(G3)'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범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10조원 규모의 예산 투입과 'AI 고속도로' 구축, 소버린(Sovereign) AI 확보 등은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담대한 여정의 시작이다. 딜사이트는 정부의 AI G3 로드맵을 심층 분석하고, 대한민국이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령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전력·반도체·데이터센터 중심의 인프라 전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AI를 저성장 돌파의 유일한 출구로 규정하고 국가 전략의 무게중심을 기술개발에서 인프라 구축으로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초반부터 "AI 3대 강국은 대한민국의 핵심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7월 'AI 실행계획'을 내놨고 중국은 같은 달 'AI 글로벌 거버넌스 행동계획'을 발표하며 선점 경쟁을 가속화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자체 AI 모델이 14개에 그치며 미국(128개)·중국(95개)에 크게 뒤처진 현실이 이 같은 정책 드라이브의 출발점이 됐다. 정부는 올해 1월 시행된 AI기본법을 통해 AI를 개별 산업이 아닌 국가 핵심 인프라로 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AI 고속도로' 전략이 그 핵심축이다. GPU·NPU 등 연산장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을 3대 축으로 정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2028년까지 최소 5만장 이상의 GPU를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국산 NPU 도입도 확대해 AI 컴퓨팅 인프라의 자립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과 슈퍼컴 6호기 사업도 병행 추진 중이다.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연구개발·실증 사업과 함께 공공·민간이 협력해 국내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국산 AI 반도체와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를 결합해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신산업 분야에 향후 5년간 약 10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유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민간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을 중심으로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잇따르며 전력·통신·클라우드가 결합된 산업 생태계 형성이 본격화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부의 마중물 투자를 바탕으로 구축되는 AI 고속도로 위에서 각 부처가 주도하는 범국가적 AI 혁신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지난 2월 말 제2차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전략을 실행 계획으로 구체화한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을 최종 의결·확정했다. 지난해 9월 출범 이후 3개월간 100여 차례 분과·TF 회의와 1박 2일 끝장토론, 330개 유관 기관·단체 대상 설명회, 20일간의 대국민 의견수렴(559건 접수) 등을 거쳐 마련한 결과물이다.
행동계획은 AI혁신 생태계 조성·범국가 AI기반 대전환·글로벌 AI기본사회 기여 등 3대 정책축, 12대 전략분야, 99개 실행과제, 326개 정책권고로 구성됐다. 각 과제별 주관부처와 추진기한을 명시한 실행 계획 형태로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12대 전략분야는 AI고속도로 구축·차세대 AI기술 선점·AI핵심인재 확보·AI모델 확보·AI규제혁신·산업AX·공공AX·지역AX·AI기반 문화강국·AI기반 국방강국·AI기본사회·글로벌 AI이니셔티브로 인프라부터 산업·공공·국방·사회까지 전방위를 아우른다. 326개 정책권고 중 절반 이상인 184개(56.4%)가 올해 2~4분기 이행 목표로 설정돼 있다.
단기 과제들도 촘촘히 배치됐다. 범정부 AI공통기반에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과 국산 NPU를 연계해 4분기까지 구축하고 AI가 민원 안내부터 처리까지 완결하는 'AI 통합민원플랫폼'은 3분기까지 정보화전략계획(ISP)를 수립한다. 국방 AI의 경우 기존 무기 획득에 10년 이상이 소요되던 것을 AI 발전 주기(3~6개월)에 맞춰 단축하는 획득체계를 2분기까지 마련한다. 복지 분야에서는 국민이 신청하지 않아도 AI·데이터를 활용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복지 탈신청주의 원칙'을 규정한 사회보장기본법·사회보장급여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3분기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논란이 됐던 저작권 문제는 이원화 방식으로 정리됐다. 음악·도서·방송 등 거래시장이 형성된 저작물은 거래 활성화를 지원하고, 온라인 공개 게시물 등 거래시장이 없는 저작물에는 AI 학습 거부권과 선사용·후보상 원칙을 적용하는 방향이다. 관련 저작권법 개정안은 2분기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보안 분야에서는 화이트해커가 기업·기관의 취약점을 합법적으로 상시 발굴·신고해 사전에 제거하는 취약점 신고·조치·공개 제도(CVD/VDP)를 시범사업을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AI 3강' 전략은 단순한 순위 경쟁이 아닌 3위권 연대 리더십을 지향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UAE, 올해 3월 싱가포르와의 정상회담에서 AI 협력을 주요 의제로 다루며 양자 협력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AI 풀스택 수출 전략을 통한 글로벌 확산도 병행 추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숫자만 보면 미·중과의 격차가 압도적이지만 모델 수보다 중요한 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특화 모델을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느냐다"며 "범용 모델 경쟁에서 이기려는 게 아니라면 전략을 좀 더 선명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기술력 자체보다 속도와 실행력이 더 중요한 국면"이라며 "정부가 깔아주는 인프라 위에서 민간이 얼마나 빠르게 서비스와 비즈니스로 연결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을 단순 추격하는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며 "제조·공공·국방 등 한국의 강점 산업에 AI를 얼마나 깊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AI 3강 도약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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