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정부와 넥슨이 총 1200억원 규모의 게임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민관 합작으로 추진하는 이번 펀드를 통해 위축된 국내 초기 게임투자 시장에 마중물을 대겠다는 취지다.
◆자펀드 규모 1000억대로 늘려…후속투자 공백 줄이고 지원 대상 확대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넥슨은 게임 스타트업 지원 목적의 자(子)펀드를 조성한다. 넥슨이 600억원을 출자하고 정부와 벤처캐피털(VC)이 각각 300억원씩 매칭하는 구조로, 모태펀드 문화계정 내 지식재산(IP) 펀드에 조성된다. 이달 중 결성을 마친 후 오는 8월부터 집행 예정이다.
이번 펀드의 특징은 자펀드 규모를 1000억원대로 확대한 데 있다. 그동안 모태펀드 자펀드는 통상 300억원 안팎으로 조성돼 왔는데, 문화계정에서 자펀드 규모를 1000억원 이상으로 키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규모를 키운 배경엔 게임 스타트업에 대한 후속투자 공백이 있다. 게임은 개발 기간이 3~5년 이상 걸리고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 단계마다 여러 차례의 투자 유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초기 시드 투자를 받은 뒤 궤도에 오를 무렵 후속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펀드 규모가 작으면 한 기업에 자금을 집중하기 부담스러워 운용사 입장에선 후속 투자를 주저할 수 있는 탓이다.
실제 VC업계에 따르면 게임 전문 운용사의 인력이 부족하고, 실패율이 높아 다수의 VC가 투자를 망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대형 개발사 위주로 투자가 몰리며 중견·중소 개발사의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자펀드 규모를 1000억원대로 키움으로써 후속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시리즈A 단계까지 후속투자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즉, 얼어붙은 게임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기업 더브이씨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국내 게임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 건수는 ▲2021년 57건 ▲2022년 58건 ▲2023년 48건 ▲2024년 35건 ▲2025년 19건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게임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2021년 4326억원에서 2022년 5566억원으로 증가했다가 2023년 1563억원, 2024년 1484억원, 2025년 1100억원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넥슨 미래 먹거리 '양방향'…선별적 M&A·스타트업 투자 병행
이번 펀드는 넥슨코리아가 지난달 말 설립한 스타트업 투자 전문 법인 '넥슨파트너스'를 통해 운용될 전망이다. 대표는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최고경영자(CEO)가 맡는다. 사내이사에는 김한준 넥슨코리아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사에는 피아오 얀리(영어명 켈리스 박) 전 텐센트코리아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넥슨은 이번 법인 설립을 통해 유망 게임 스타트업과 초기 지식재산(IP)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넥슨이 게임 스타트업 지원을 재개하는 건 2019년 이후 7년 만이다. 앞서 넥슨은 지난 2012년부터 '넥슨앤파트너즈센터(NPC)'를 통해 유망 게임 벤처 스타트업에 법률 자문, 사무공간·퍼블리싱 등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운영 7년 만인 2019년 문을 닫았다. 이번 법인 설립은 지원 방식을 기존 인큐베이팅 중심에서 장기 지분투자로 전환해 전략적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텐센트 출신인 얀리 전 대표의 이사 합류다. 그는 지난 1월 설립된 경영 컨설팅 전문 법인 '넥슨에이치큐(HQ)' 이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투자 단계에서 기업의 성장 역량과 함께 IP의 미래가치, 글로벌 흥행 가능성을 살펴 대상 기업을 선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향후 투자 대상 기업과의 퍼블리싱이나 공동 개발 여부를 모색할 수도 있다.
넥슨이 사업 방향을 전면 재편 중인 가운데, 이번 펀드 조성이 미래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작 프로젝트 수를 줄이는 대신 수익성과 성공 확률이 높은 곳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다.
앞서 넥슨은 지난 3월 일본 현지에서 진행된 '자본시장 브리핑(CMB)'에서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와 인재를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전략적 투자 및 파트너십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별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과를 낼 기업을 확보하면서, 외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펀드는 넥슨의 두 갈래 성장동력 확보 전략 중 외부 투자 축에 해당한다. 업계 안팎에선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할 게임 스타트업과 인재 확보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넥슨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로썬 펀드 조성 관련 확정된 내용이 없어 세부적으로 확인 및 답변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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