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셀트리온이 올해 외부투자 포트폴리오를 항체 기반 신약(ADC·다중항체)부터 비만·AI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으로 확보한 안정적 현금흐름을 신약·플랫폼 투자로 재배치해 '글로벌 신약기업'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13일(현지시간) JPMHC 메인트랙 발표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다중항체·FcRn 억제제 등 총 16개 신약 파이프라인 ▲2028년까지 12개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계획 ▲미국 브랜치버그 생산기지를 활용한 글로벌 위탁생산(CMO) 전략 등을 공개했다. 발표를 맡은 서진석 경영사업부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로 확보한 안정적 현금흐름과 축적된 항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 기업으로서 새로운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략 선언과 맞물려 셀트리온의 외부 투자 포트폴리오도 신약 중심으로 빠르게 정렬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셀트리온이 가장 먼저 강화한 영역은 항체 기반 치료제, 특히 ADC 분야다. 영국 익수다(Iksuda Therapeutics)는 셀트리온이 보유한 외부 투자 중 가장 비중이 큰 기업으로, 지난해 반기 기준 직접 지분 16.43%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피노바이오(2.05%)에 투자해 링커·페이로드 옵션을 확보했다. 다중항체 플랫폼을 보유한 싸이런테라퓨틱스와 에이비프로 홀딩스 역시 초기 단계에서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며 항체 기반 신약군을 하나의 모달리티로 정렬하는 그림이 완성되고 있다.
서 대표는 14일(현지시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셀트리온의 ADC 개발 강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ADC는 항체, 페이로드, 링커를 얼마나 빠르게·정확하게 조합하고 예측하느냐가 핵심인데 셀트리온은 '토포이소머레이스(Topoisomerase)' 기반 페이로드 교체 전략과 듀얼 페이로드 구조까지 풀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는 물질 발굴부터 임상 1상 진입까지 2년이 걸렸는데, 경쟁사들이 통상 6~7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라고 강조했다. 회사 내부에 항체·암 분야 경험이 풍부한 조직이 있어 후보물질 시장성 예측 및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셀트리온은 내부 투자만이 아니라 미래에셋과의 공동 펀드를 통해서도 신약 생태계를 확장해왔다. 2017년 결성된 '미래에셋 셀트리온 신성장 투자조합 1호'(약 1500억원)는 양사가 1:1로 매칭 출자한 펀드로 익수다 시리즈A·CAR-T 기업 큐로셀 투자의 재원이 됐다. 2021년 조성된 '미래에셋 셀트리온 바이오 생태계 육성 펀드'(약 500억원)까지 합하면 최소 2000억원 이상이 신약·플랫폼 기업 발굴에 투입된 셈이다.
신약 개발 전주기에 필요한 기술도 외부 지분투자를 통해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반기 기준 국내 1위 비임상 임상수탁기관(CRO) 바이오톡스텍 지분 10.22%은 전임상 연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정밀의료·진단 분야에서는 혈액 기반 조기진단 기업 애이마에 초기 투자 후 2024년 10억원을 추가 투자했으며, 암 환자 맞춤 솔루션 기업 디앤라이프에도 5억원을 투자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바이옴(HEM Pharma·바이오미) ▲인공지능(AI) 신약개발(바스젠바이오) ▲자가면역질환(아이랩) 등이 포트폴리오에 담겨있다.
신규 성장 분야인 비만·AI는 올해부터 셀트리온이 집중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4중 작용제 형태의 경구용 비만약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 CT-G32는 GLP-1 기반 이중·삼중작용제를 넘어선 '4중 타깃 모델'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개인 간 반응 편차와 근손실 등 기존 치료제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는 방향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서 대표에 따르면 현재는 주사제 기반 4중 작용제와 사이클릭 펩타이드(cyclic peptide)를 기반으로 한 경구용 비만약 프로젝트 투트랙으로 준비 중이다.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구조의 4중 작용제를 개발해 비만약 부문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셀트리온이 이번 JPM에서 공개한 4중 작용 비만치료제 CT-G32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돼 온 ▲개인 간 치료 효과 편차 ▲근손실 부작용 개선 ▲제지방(lean mass) 감소 ▲요요현상 해결 등 차별화 전략의 핵심 목표로 하고 있다. CT-G32는 내년 하반기 IND 제출을 목표로 개발을 빠르게 진행 중이며 4중 작용제의 구체적인 조합은 밝히지 않았다.
서정진 회장은 신년사에서 "앞으로 3년은 퀀텀 리프(Quantum Leap)를 위한 혁신 기반 확립기"라며 AI 플랫폼과 신약·디지털헬스케어 결합 전략을 공식 언급하기도 했다.
서 대표 역시 "신약 조직 내부에 AI 전담 인력이 이미 14명 있고, 대규모언어모델(LMM) 조직도 7명 있다"며 "분자 구조 예측부터 유전자 분석 프로그램까지 내부에서 직접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자동화 영역도 신약 AI 기반과 연결해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큰 자금을 먼저 쓰기보다 소규모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며 조직 전체의 AI 활용 역량을 빠르게 확장시키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확장과 미국 생산기지 확보로 현금 창출 기반이 강화된 만큼, 신약 중심의 외부 투자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달 5일 발간한 리서치에서 "셀트리온의 신약 R&D가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cMET ADC CT-P70, Nectin-4 ADC CT-P71, HER2xCD3 이중항체 CT-P72, TF ADC CT-P73 4개 신약이 1상 진입·IND 승인이 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머스트바이오 PD-1xVEGFxIL-2 삼중융합단백질, Kaigene FcRn 저해제 등 라이선스-인이 활발해 향후 파이프라인 성과 도출에 따른 파이프라인 가치 부각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회사는 GLP-1을 기반으로 한 조합으로 제지방 감소는 물론 요요와 부작용이 덜한 약물을 개발하려 한다"며 "현재 파트너사와 함께 개발을 진행 중으로 올해 초 동물모델 대상 데이터가 나오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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