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12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국민의힘 등 보수세력에서는 선거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들도 부실선거가 결국 부정선거로 이어진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해명을 요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투표 종료를 앞두고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동작구 등 서울 12곳, 인천 연수구 2곳 등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 하고 대기하는 투표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2동과 잠실4동, 잠실7동, 가락2동, 문정동 일대 투표소를 중심으로 혼선이 발생했고, 인천 연수구와 경기 화성 동탄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보고됐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됐고, 대기표를 발급해 투표권을 보장하는 긴급 조치가 시행됐다.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선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치지 못 했는데도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함을 회수하려해 충돌이 벌어졌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한참을 기다리거나 발길을 돌리는 일까지 있었고, 일부 지역에선 유권자들과 경찰, 선관위 직원들이 충돌했다.
서울 송파구 A아파트 한 주민은 "1차로 투표 용지가 도착한 이후인 오후 5시15분쯤 기다림 끝에 투표를 할 수 있었다"면서도 "지역 유권자가 3000명인데 투표 용지를 1800장밖에 준비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추가 용지가 경찰 보호도 없이 제대로 봉인되지 않은 채 쇼핑백에 담겨온 모습을 보면서 이게 맞나 싶었다"면서 "투표 용지에 감독 직인이 찍혀있지 않은 것을 보고 이렇게 선거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중앙선관위는 공지를 통해 "제9회 지방선거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 현재 송파구 선관위에서 해당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 중"이라며 "대기 중인 유권자는 투표마감 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으니 용지가 부족해 오늘 투표가 불가능한 것이라는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지자 선관위는 오후 9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경기 과천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관리위원회는 6월3일 선거일 투표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선관위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했으며, 해당 투표소에서 대기 중인 유권자는 마감 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미흡한 준비와 대처로 실망을 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선관위 사과에도 불구하고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이같은 일이 터지면서 국민의힘 등 보수권에서는 이번 선거에 대해 강한 반발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사전투표의 경우 진보 정권의 지지율이 높고 투표 당일은 보수 지지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보수 지지율이 높은 송파구 등 강남 지역에서 전체 유권자 수의 50%만 용지를 인쇄했다는 것에 대해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개표를 중단하고 서울시장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있을 것"이라며 "6시 이후 이뤄진 투표의 경우 개표 방송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으므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유권자의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투표 공정성은 깨졌다. 서울시 선거는 오염된 선거로, 오염된 선거는 무효"라며 "지금이라도 진상파악 이뤄질때까지 즉시 개표를 중단해야한다. 진상파악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는 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즉시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개표 중단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용 선거대책본부장도 긴급 입장 발표를 통해 "2026년 대한민국 투표 현장에서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임에도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께서 투표하지 못하는 사태를 발생시킨 건 단순한 선거 준비 부족을 넘어 책무를 저버린 처참한 수준이라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국민들에 대해 반드시 투표가 가능하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이번 사태 원인에 대해 국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불편함이 있어도 끝까지 투표해달라. 투표로 심판해달라"고 말했다. 송언석 공동선대위원장은 "선거가 끝나는 대로 곧장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추진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단순 실수 차원이 아니라 선거 관리 기본 시스템이 무너진 걸 방증한다"며 "향후 재발 방지와 책임자 문책을 위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측 조은희 캠프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런 식으로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즉각 시민들이 투표하실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국민들도 이번 일이 보수 정권에서 일어났다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며 대규모 집회가 일어났을 것이라면서 간단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다. 철저한 조사가 이후 필요하다면 재선거도 고려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투표용지 부족과 선거관리 부실이 있었을 때, 선거 전체가 무효로 판결되고 재선거가 명령된 해외 선진국 사례가 존재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긴급 입장문을 통해 "지난 2022년 독일 베를린 지방선거 당시 헌법재판소는 투표용지 부족과 관리 부실을 이유로 선거 전체를 무효로 판결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다"며 "행정의 오류가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면, 표 수와 상관 없이 선거 자체의 정당성이 사라진다는 준엄한 경고"라고 소개했다.
한편 민주당 측은 선관위에 반드시 책임 물을 것이라며 개표중단·재투표는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선관위의 투표 관리 부실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표 중단과 재투표 요구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측은 "염려하지 말고 소중한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해달라"고 밝혔다. 정 후보 측 이해식 총괄선대본부장은 입장문을 통해 "아직 투표하지 못하셨거나 현장에서 기다리고 계신 시민 여러분께서는 불편하시더라도 꼭 투표해 주시기 바란다"며 "투표 마감 전 투표소에 도착해 대기한 시민은 끝까지 투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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