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며 한화그룹의 승계 과정에도 변곡점이 발생한 모습이다. 최근 프리IPO를 통해 오너일가의 지분이 희석되면서 당초 거론됐던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시나리오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화 인적분할을 통한 삼형제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이달 16일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에너지 지분 5%, 15%를 한투PE 등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이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성격으로 매매 대금은 총 1조1000억원(기업가치 5조5000억원)이다. 이를 통해 한화에너지는 IPO를 공식화하고 중장기 경쟁력 제고와 기업가치 상승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한화그룹 승계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한화에너지'는 김 회장이 2001년 설립한 한화에스앤씨(한화S&C)가 모태다. 같은해 한화S&C는 ㈜한화의 정보부문 자산과 부채를 매입했다. 삼형제가 한화S&C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한화가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한화S&C 지분 66.7%를 매각하고 김 회장이 차남과 삼남에게 한화S&C 지분 33.3%를 증여하면서다. 이후 한화S&C는 유상증자를 단행해 지분율을 50%(장남)·25%(차남)·25%(삼남)로 맞췄다.
한화S&C는 2007년 한화솔루션에서 물적분할된 군장·여수열병합발전 등 발전자회사 지분을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사세를 키웠다. 2012년에는 해당 자회사들을 통합해 '한화에너지'를 출범시켰고 2017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에이치솔루션(존속회사)과 한화에스앤씨(신설회사)로 회사를 분할했다. 이후 2021년 한화에너지가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오너일가 삼형제가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한화에너지(전 한화S&C)는 2007년 유상증자로 ㈜한화 주식 2.18%를 장내 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그룹 지주사의 지분율을 늘려왔다. 2024년에는 ㈜한화 보통주 공개매수(5.2%)와 고려아연 보유 지분(7.25%) 매입에 나서며 올해 9월 말 ㈜한화 지분율을 22.16%(보통주+우선주 기준 18.8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다만 한화에너지가 최근 IPO를 공식화하면서 이 같은 합병안은 힘을 잃은 모양새다. 프리IPO와 향후 상장 과정에서 삼형제가 보유한 지분이 상당 부분 희석돼서다. 지분율이 희석될 경우 ㈜한화와의 합병 과정에서도 원하는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을 위해 ㈜한화의 기업가치를 억제할 것이라는 우려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한화의 인적분할을 통한 계열분리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를 ▲방산·에너지·항공우주 ▲금융 ▲유통·호텔·로봇 등 3개의 독립된 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삼형제가 서로 주식을 교환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한화에너지는 차남과 삼남이 보유한 '방산·에너지·항공우주' 법인의 지분을 매입하고 반대로 차남과 삼남은 '금융', '유통' 법인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적분할을 통한 계열분리의 경우 기존 합병안에 잔존했던 리스크도 상쇄할 전망이다. 우선 인적분할이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의 저항이 적다는 게 가장 큰 부분이다. 나아가 차남과 삼남의 경우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과 IPO 과정에서의 구주매출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이를 토대로 신설법인의 지분을 직접 매입, 증여세를 낸다는 점에서 법적·도덕적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 관계자는 "한화에너지가 최근 IPO를 공식화하면서 ㈜한화와의 합병 가능성은 일축된 모습"이라며 "한화그룹 입장에서도 주가를 억제시키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해소했다는 측면에서 승계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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