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 3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인공지능(AI)이 광고 효율과 서비스 생산성을 높이며 양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이 공통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AI를 주력 사업 전반에 적용했다는 점은 같지만 올해 들어 두 회사의 성장 전략은 뚜렷하게 다르다.
최수연 대표가 이끄는 네이버는 AI를 매개로 프롭테크·핀테크·벤처투자 등 신사업을 확장하며 외연을 넓혔다. 정신아 대표의 카카오는 계열사 30%를 줄이고 비용 효율화를 병행하며 조직 재편에 나섰다. AI 전환기의 두 플랫폼은 같은 기술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며 각자의 성장 공식을 만들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381억원, 영업이익 570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검색과 커머스에 AI를 접목한 효과가 뚜렷하게 반영됐다. 서치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1조602억원, 커머스 매출은 35.9% 늘어난 9855억원으로 집계됐다. 핀테크(4331억원)와 콘텐츠(5093억원), 엔터프라이즈(1500억원)까지 전 부문이 성장세를 보였다. 최수연 대표는 "AI 기반 고도화가 서비스 전반의 수익성을 높이며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같은 기간 매출 2조866억원, 영업이익 208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59% 늘었다. 톡비즈 중심의 광고 매출 회복과 비용 절감 효과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1조598억원으로 12% 성장했고 톡비즈 매출은 5344억원으로 7% 증가했다. 정신아 대표는 "그룹 전반의 효율화와 비용 절감이 맞물리며 4년 만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회복했다"며 "AI를 코스트센터가 아닌 지속 가능한 수익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두 대표 모두 취임 이후 실적 회복세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최수연 대표는 2022년 취임 이후 매 분기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연매출 10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정신아 대표 역시 2024년 취임 후 계열 정비와 효율화로 영업이익률 반등을 견인했다. AI 전환이 본격화된 올해 3분기 두 회사는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세대교체형 리더십'의 성과를 입증한 셈이다.
최 대표의 네이버는 올해 들어 '확장'을 통해 플랫폼 기반을 키웠다. 254억원을 투입해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아실'을 네이버페이에 편입하며 프롭테크 시장에 진출했고 외식업 디지털 솔루션 기업 '야놀자F&B솔루션'과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인수를 통해 기술·투자 생태계로 외연을 확장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인바디의 지분 8.5%를 확보하며 AI 기반 헬스 서비스 진출을 예고했고 일본 콘텐츠 플랫폼 '노트(note)'에 20억엔(약 187억원)을 투자해 지분 7.9%를 확보하며 사업 제휴를 확대했다. 커머스 부문에서는 9월 컬리의 구주 일부를 인수하며 물류·쇼핑 데이터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꾀했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2023년 포시마크 인수(1조5000억원)에 이은 대형 거래다.
나아가 네이버는 두나무와의 합병(약 20조원 규모)을 추진하며 핀테크와 디지털자산 사업을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AI 사업에서는 '온서비스 AI' 기조 아래 검색·커머스·핀테크 전 영역을 AI 기반으로 고도화했다. 광고 효율을 높인 '애드부스트(ADVoost)'와 개인화 추천이 강화된 네이버쇼핑은 매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GPU를 포함한 인프라 투자만 연 1조원 규모로 2026년 이후에는 피지컬 AI 사업을 중심으로 산업형 AI 솔루션 확장을 예고했다.
반면 정신아 대표의 카카오는 '정비'를 택했다. 취임 1년 반 만에 계열사를 132개에서 99개로 줄였고 연말까지 80개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메타버스·게임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효율화에 집중했다. 실제 정 대표는 "카카오는 지난 1년 반 동안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비용 효율화를 병행하며 미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재무 구조를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매각 대상에는 넵튠, 컬리버스, 세나테크놀로지, 카카오VX 등이 포함됐다. 게임 개발과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한 넵튠과 컬리버스는 AI 사업과의 연관성이 낮아 우선 정리 대상이 됐고 세나테크놀로지(무선통신기기 제조)와 카카오VX(골프장 운영) 역시 비핵심 영역으로 분류됐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넵튠 지분 39.4%를 크래프톤에 1650억원에 매각했다.
AI 전략은 협업과 내재화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오픈AI와 협업해 공개한 '챗GPT 포 카카오'를 통해 카카오톡 채팅탭 상단에서 AI 서비스를 직접 이용할 수 있게 했고 자체 모델 '카나나'를 기반으로 '에이전틱(Agentic) AI'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대화 맥락을 인식해 이용자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제안하는 기능으로 올해 말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톡 체류시간은 개편 이후 24분에서 26분으로 늘었으며 톡비즈 광고와 커머스 매출이 모두 개선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AI를 핵심 성장 엔진으로 삼았지만 경로는 다르다. 네이버가 AI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확장형 모델'이라면 카카오는 AI를 중심으로 효율을 높이는 '정비형 모델'이다. 네이버는 AI가 다양한 산업으로 연결되는 B2B·B2C·B2G 확장 전략을 펼치고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단일 플랫폼에 AI를 심어 이용자 경험과 트래픽을 극대화한다.
한편 올해 3분기 기준 두 회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한쪽은 키우고 한쪽은 다듬는 전략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전환이 단기 성과로 이어진 지금 두 기업은 각자의 다음 선택을 시험받고 있다"면서 "확장을 이어가며 시장을 넓힐 것인지, 아니면 재편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단단히 다질 것인지 AI 이후의 해법이 나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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