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주 성장기업부 부국장] 최근 코스닥 상장사 대표들을 만날 때마다 들려오는 것은 희망 대신 깊은 한숨뿐이다. "코스피 대형주는 신고가를 경신한다는데, 우리 회사의 혁신 기술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 섞인 하소연은 코스닥 시장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부가 주가 상승을 통해 국민 자산소득 확대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 속에서도, 이러한 온기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중심으로만 흘러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장의 외면이 기업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 경색으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납입이 연기되고, 인수합병(M&A)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대주주 변경 딜이 수차례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성장축인 코스닥 시장은 현재 '투자 쏠림', '신뢰 약화', '정책 소외'라는 삼중고에 갇혀 침묵하고 있다.
코스닥 침체의 첫 번째 이유는 기관투자가의 부재로 인한 구조적 '자금 쏠림'이다.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이 3%대에 머물면서, 코스닥은 개인 투자자의 고위험 시장으로, 코스피는 기관 중심의 저위험 시장으로 굳어지는 '위험-투자 주체 역전 구조'가 고착됐다.
이러한 유동성 부족은 기업의 실탄을 고갈시키는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예정된 자금 조달이 막히는 것은 물론 M&A 시장까지 얼어붙는다.
실제 현장에서는 대규모 유상증자 납입이 수차례 연기되고, 발행 규모가 줄거나 전환사채 발행과 대주주 변경 잔금 납입 일정이 반복적으로 미뤄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단순한 투자 기능을 넘어, 성장과 위험자산 정리 기능마저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납입 연기와 대주주 변경 지연은 투자자들의 혼란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일부 기술특례 기업에서 발생한 회계·공시 신뢰 약화 문제는 시장 전반의 신뢰를 흔들었다. 적자 기업의 미래 가치 부풀리기, 연구개발(R&D) 자본화 불투명성 등 정보 품질 문제는 투자자들이 '공시를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으로 코스닥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 걸림돌이다.
코스닥 시장을 되살리고 혁신 기업에 자금 조달의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가 ▲장기 자금 유입 확대 ▲시장 신뢰 기반 구축 ▲성장 인프라 혁신 등을 담은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서 기대감을 주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멈추면 한국의 혁신도 멈춘다. 상장사 대표들의 한숨을 덜어주는 것은 단순히 주가 부양을 넘어, 기업 생존과 미래 먹거리 확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정부의 종합 대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혁신 기업에 자금 조달 통로를 다시 열어준다면, 코스닥은 '한국의 나스닥'으로 재도약해 민생경제 회복과 혁신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혁신 기업의 발판으로서, 코스닥 시장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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