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전환사채(CB) 조기상환 압박에 몰린 코스닥 상장사 '라온피플'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라온피플은 부동산 자산재평가까지 병행하며 투자자 신뢰 확보에 나섰지만, 유증이 실패할 경우 CB 상환 자금 확보가 어려워 유동성 위기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선 사실상 '빚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라온피플은 25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예정 발행가는 1761원이며, 발행 예정 신주는 1450만주로 현재 발행주식총수(2086만12주)의 69.5%에 달한다. 유증이 완료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다.
라온피플이 대규모 유증에 나선 목적은 CB 조기상환 대비다. 실제로 라온피플은 조달 자금 중 230억원을 채무 상환 용도로 배정했다. 문제의 CB는 지난해 1월 발행된 260억원 규모 2회차 전환사채로, 사업 확장과 운영자금 조달을 목표로 했으나 주가 하락으로 전환 매력이 사라졌다. 전환가액은 5186원으로 현 주가를 두 배 이상 웃돌고, 유증 반영 후 조정가액(4394원)도 여전히 현 수준을 상회한다. 이에 CB 투자자들이 전환 대신 조기상환청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라온피플의 현재 현금 수준은 상환 대비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7억원으로 지난해 말 385억원 대비 급감했다. 단기 기타금융상품(20억원)을 더하더라도 조기상환 요구를 감당하기 부족하다.
라온피플 측은 공지를 통해 "정상적인 사업 운영과 중장기 성장 전략 실행에 경영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유증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2회차 CB를 선제적으로 상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결정이) 기존 주주들께 일시적인 희석 부담을 드리는 결정임을 잘 알고 있으나, 무리한 추가 차입이 아닌 재무구조 정상화와 유동성 리스크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유증 일정 또한 문제로 꼽힌다. 현재 유증 납입일은 내년 2월6일로 2회차 CB 1차 조기상황지급일인 내년 1월19일보다 늦다. 이 때문에 라온피플은 조기상환청구를 유증 대금 납입일 이후로 진행하도록 투자자들과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라온피플은 유증과 함께 자산재평가를 진행하며 재무 구조 개선에도 나섰다. 자산재평가 자체가 유증 흥행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자산가치 부각 및 재무개선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라온피플은 과천 소재 토지·건물 및 투자부동산 장부가액을 347억원에서 563억원으로 상향했고, 재평가 차익 217억원이 발생했다. 이에 부채비율은 재평가 전 431%에서 206%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온피플이 '유동성은 부족하지만 자산은 충분하다'는 메시지로 유증 참여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재무 상황으로는 유증 실패 시 CB 조기상환 대응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예정 발행가 할인율을 25%로 높이고, 신주 인수자에게 보통주 1주당 0.4주 무상증자 권리를 부여한 것도 흥행을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라온피플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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