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세방전지 자회사인 세방리튬배터리(SLB)가 지난해 적자전환하면서 기업공개(IPO)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보다 큰 폭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이익잉여금이 모두 소진된 데다,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세방리튬배터리가 오너 3세의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온 만큼 이번 실적 악화 여파로 경영 승계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 매출 급성장 이면의 수익 악화…결손 전환, 자본잠식 현실화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방리튬배터리는 지난해 매출 3301억원과 영업적자 14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6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18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설립된 세방리튬배터리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배터리 시스템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율 92.07%의 세방전지이며, 우리사주가 1.39%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은 세방리튬배터리 주주가 총 7명이라는 점에서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과 아들 이원섭 세방그룹 전무 등 특수관계인이 잔여 지분인 6.54%를 나눠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세방리튬배터리는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열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모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력을 앞세워 고공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세방리튬배터리는 2021년 말 기준 237억원 수준이던 연간 매출이 전기차 판매가 확대되기 시작한 2022년 402억원으로 70% 증가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1780억원으로 무려 343% 폭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2년까지 적자였지만,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매출원가 부담이 늘어난 데다, 비용 지출이 커졌기 때문이다. 매출원가율은 87%에서 92%로 5%포인트(p) 상승했으며,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는 20% 불어났다. 특히 감가상각비와 판매보증비 증가분이 유독 컸다.
세방리튬배터리가 내실을 다지지 못하면서 2024년 말 96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83억원으로 결손 전환했다. 특히 자본금(723억원)이 자본총계(707억원)를 웃도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전환했다.
◆ 승계 자금 조달용 인큐베이팅…오너의 증자 참여·주식 수 통제
세방그룹이 세방리튬배터리를 인큐베이팅하고 있다는 징후는 일찍부터 포착됐다. 세방전지가 5000만원을 출자해 설립된 이 회사는 2022년과 2023년 실시한 유상증자로 지분구조가 변동됐다. 세방리튬배터리의 유상증자 규모가 2022년 287억원, 2023년 240억원이었는데, 세방전지는 해당 유상증자 물량을 전량 소화할 수 있는 여유가 충분했다. 예컨대 세방전지는 2022년과 2023년 보유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각각 2432억원, 3336억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일가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 전무는 세방리튬배터리의 유상증자 시점인 2022년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전무가 이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배력을 조금씩 확대하는 동시에 경영과 관련된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세방전지는 세방리튬배터리의 주식 수를 철저히 통제하는 모습이다. 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감자를 통해 주식수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관에 따라 발행 가능한 주식 총수는 3억주이며, 기 발행 주식은 한도의 48.2%인 1억4450만2791주다. 통상 기업이 상장으로 최대한 많은 외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한도가 넉넉해야 한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목할 대목은 세방리튬배터리가 결손금이 발생한 만큼 세방전지의 추가 자금 출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비교적 수월하게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다.
◆ 이앤에스글로벌 지분 증여 유력…순손실 탓 IPO 요건 미충족
시장은 세방그룹 오너일가가 개인 회사인 이앤에스글로벌을 승계 작업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는 '이 회장→이앤에스글로벌→세방㈜→세방전지→세방리튬배터리'를 그리고 있다. 이 전무가 최소 자금으로 가장 확실하게 대권을 승계하는 방법은 이앤에스글로벌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회장이 지분 80%를 보유한 이앤에스글로벌은 2024년 말 기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로 추정한 주당가치는 72만원이다. 이에 이 회장 보유분 가치는 230억원 상당으로 계산된다. 이 전무가 부친이 보유한 이앤에스글로벌 주식을 모두 물려받는다면 약 140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오너일가가 지속적으로 세방리튬배터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높이고, 추후 IPO 이후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조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세방리튬배터리의 실적 악화로 주당 가치가 액면가(500원)보다 낮은 300원대라는 점은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세방리튬배터리의 실적 부진이 IPO 로드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코스피(유가증권)의 경우 5가지의 기준 중 1가지를 선택해서 충족하면 된다. 세부적으로 ▲매출 1000억원 및 최근 3년 평균 700억원 이상이면서 ROE(최근 5% 이상과 3개년 합산 10% 이상) 또는 이익액(최근 30억원 이상 및 3개년 합산 60억원 이상) 중 택일 ▲최근 사업연도 매출 1000억원 이상과 시총 2000억원 이상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이익 50억원 이상 및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과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다.
세방리튬배터리의 경우 2025년 말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이익이 음수를 기록했으며, 시가총액은 500억원을 하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시가총액 670억원)보다 기업가치가 하락한 주된 요인은 직전연도 순이익 반영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순손실을 낸 만큼 ROE를 산정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세방전지 관계자는 IPO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알 수 없다"며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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