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에 따른 미국의 전력 수요 급증이 국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전력망이 노후화와 병목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제때 감당하지 못하면서 송전·변전 인프라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변압기·케이블·차단기 등 전력 기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박승기 LS전선 에너지국내영업본부장(상무)은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K-전력망과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개최한 '2026 딜사이트 한-미 전력망 포럼(MAEGA)'에서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4년 183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426TWh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데이터센터 내 AI 서버 전력 비중도 2025년 21%에서 2030년 44%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일 산업인 AI가 전력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 국내총생산(GDP)에 연동되던 전력 수요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미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전력망은 동부·서부·텍사스 등으로 나뉜 분절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독립계통운용자(ISO)와 지역송전기관(RTO) 중심의 복잡한 운영 체계, 노후 인프라 문제가 겹치면서 전력망 확충 속도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는 미국 전력망 노후화를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꼽았다. 박 본부장은 "현재 미국의 전력회사는 약 3600개에 달하고 대부분 민영화돼 있다"며 "이 때문에 주(州) 경계를 넘는 투자 집행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AI·데이터센터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버지니아주의 경우 이미 계통 수용 한계에 봉착했다"며 "지역 전력 시스템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고, 인프라 3요소인 부지·통신·전력망이 동시에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력망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0억달러(약 298조4600억원) 규모의 '매크로그리드(Macro Grid)' 사업이다.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확대하고 전력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주(州)별 송전용량은 2배, 주(州) 간 송전용량은 5배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매크로그리드는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을 통해 지역 간 전력을 대규모로 연결하는 광역 전력망을 말한다.
박 본부장은 이런 미국의 상황이 한국 기업들에는 사업 확대의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변압기, 케이블, 차단기 제조사를 비롯한 'K-그리드' 기업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K-그리드에는 LS전선을 비롯해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대한전선, 두산에너빌리티 등 민간 기업과 한국전력, 남부발전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이 강점을 가진 분야로는 고압교류송전(HVAC)·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변압기, 차단기,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을 꼽을 수 있다"며 "특히 500킬로볼트(kV)급 송변전 기술과 설계·제조·설치·운영을 아우르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역량, 빠른 납기와 시공 경쟁력,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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