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나프타 가격이 3개월 만에 90% 가까이 치솟으며 '원가 폭탄'이 터지자 노루페인트가 수익성 사수와 점유율 방어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원재료비 비중이 높은 신나(용제)류 제품 가격을 55%나 끌어올려 급한 불을 끄는 한편, 경쟁이 치열한 주력 건축용 도료는 인상 폭을 최소화해 성수기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이중 전략'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해 말 들여온 저가 원재료가 바닥나고, 중동발 고가 원료가 실제 공정에 투입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배럴당 58.46달러였던 나프타 국제가격은 이달 현재 110.85달러로 89.6% 폭등했다.
특히 2월(65.70달러) 대비 이달 상승 폭만 68.7%에 달해, 원료 구매 후 생산에 투입되기까지 3개월이 소요되는 '래깅 효과(Lagging Effect)'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럴당 50달러대에서 버티던 원가 방어선이 무너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루페인트의 전략은 정교하다. 원유 부산물 비중이 100%에 가까운 신나류 가격은 최대 55%까지 대폭 올렸다. 매출 비중은 작지만 원가 변동이 실적에 즉각 꽂히는 품목부터 가격을 현실화해 '역마진' 구간을 탈출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회사의 핵심 매출원인 건축용 페인트의 인상 폭은 10~25% 수준으로 억제했다. 봄철 인테리어 성수기를 앞두고 삼화페인트, KCC 등 경쟁사로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소비자 가격 저항선이 뚜렷한 B2C 시장 특성을 고려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겠다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도료 업계 대장주인 노루페인트의 이번 결정은 건설 현장에도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봄철 도장 공사가 집중되는 아파트 현장 등 대규모 사업지에서는 도료 가격 인상이 곧장 공사비 증액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노루페인트의 인상을 신호탄으로 후발 주자들도 줄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초 원자재인 나프타가 90%나 뛴 상황이라 인상을 막을 명분은 부족하지만, 자재비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현장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수급이다. 노루페인트 측은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4월부터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공식 예상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으로 일부 석유화학계 원재료의 공급 리드 타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그동안 내부 비용 절감과 생산·공급 구조 조정을 통해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흡수해 왔으나, 현 상황이 악화되면서 전사적으로 감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제품별 원재료 의존도 재분석과 생산 우선순위 조정 시나리오 등을 포함한 비상 대응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원재료 공급선 다변화와 친환경·바이오 기반 원료 확대를 통해 구조적 대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루페인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유 가격에 실적이 널뛰는 '천수답 경영'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 원료 대신 바이오 및 친환경 소재 비중을 높여 외부 충격에 강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이번 위기를 글로벌 공급망 구조 변화의 신호로 인식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의 제품 고도화를 통해 구조적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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