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최명배 와이씨 회장의 장녀 최유진 부회장이 지난달 샘씨엔에스 대표이사에 다시 올랐다.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2년 만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그룹 승계 구도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같은 달 모회사인 와이씨와 관계사 엑시콘도 기존 공동대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최명배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서는 구도로, 그룹 전반에 걸친 경영체계 변화가 주목된다. 다만 승계를 위한 지분 변경과 상속세 마련 등은 과제다.
업계에 따르면 최유진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샘씨엔에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전임 최정혁 대표가 물러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유진 부회장이 샘씨엔에스 대표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11월 대표에 올라 2021년 5월 코스닥 상장을 주도했고, 2024년 3월 대표직을 내려놓고 사내이사로 물러섰다가 이번에 복귀했다. 와이씨 계열 오너 2세인 최유진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선 만큼 그룹 차원의 승계 준비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명배 회장의 첫째 딸인 최유진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출신이다. 서울대 재료공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6년 아버지가 샘씨엔에스를 설립할 때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샘씨엔에스가 반도체 테스트 부품인 세라믹STF를 만드는 회사인 만큼 재료공학 전공자인 최유진 부회장은 처음부터 연구개발 핵심 인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최유진 부회장은 2024년 3월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최정혁 대표와 함께 경영 전반을 총괄해왔다.
승계 얘기가 나오는 건 최명배 회장의 나이 때문이다. 1952년 10월생인 최명배 회장은 올해 만 73세로, 그룹 후계 구도를 정비할 시점이 됐다는 시각이다. 와이씨 계열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비상장사 샘텍을 정점으로 와이씨·엑시콘·샘씨엔에스 등 상장사 3곳이 그 아래 놓여 있다. 최명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샘텍 지분 95%(최명배 45%)를 쥐고 있으며, 샘텍이 와이씨 지분 50.22%를, 와이씨가 다시 샘씨엔에스 지분 38.16%를 보유하는 식이다. 그룹 전체 지배력이 비상장사 샘텍 한 곳에 집중된 셈이다.
이런 구도에서 최유진 부회장이 샘씨엔에스 대표로 나선 데 이어 같은 시기 와이씨와 엑시콘도 경영체계가 바뀌었다. 지난달 26일 와이씨는 최명배·장성진 공동대표에서 최명배·장성진 각자대표로, 같은 날 엑시콘은 최명배·박영우 공동대표에서 최명배·박영우 각자대표로 변경됐다고 각각 공시했다. 양사 모두 변경 사유로 '경영 효율성 제고 및 책임경영 강화'를 내세웠다. 공동대표는 두 사람이 함께 서명해야 의사결정 효력이 생기지만, 각자대표는 각자가 독립적으로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는 최명배 회장이 한발 물러서고 와이씨와 엑시콘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최명배 회장이 세 상장사 중 샘씨엔에스를 최유진 부회장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와이씨는 반도체 웨이퍼 테스터, 엑시콘은 반도체 칩 검사장비를 만드는 장비 회사다. 반면 샘씨엔에스는 프로브카드용 세라믹STF를 만드는 부품 회사로, 재료공학을 전공한 최유진 부회장의 전공과 경력이 가장 잘 맞아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최명배 회장이 딸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무대에서 경영 역량을 먼저 검증받게 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샘씨엔에스가 그간의 부침을 딛고 실적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점도 최유진 부회장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D램용 세라믹STF 매출은 2022년 7억원에서 지난해 213억원으로 3년 새 30배 넘게 뛰었고, 올해 연간 매출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성과를 내기 가장 좋은 타이밍에 경영 전면에 나선 셈이다.
다만 승계를 위한 지분 이동은 아직 없다. 샘씨엔에스 주주 현황을 보면 최대주주는 와이씨(38.16%)고, 관계사 엑시콘은 20.66%를 들고 있다. 최명배 회장의 지분은 0.09%, 최유진 부회장과 차녀 최유경(1989년생)씨는 각각 0.01%에 그친다. 최유진 부회장과 최유경씨는 와이씨와 엑시콘 2곳에서도 각각 0.02%, 0.14%의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최유경씨는 그룹 최상단에 있는 비상장사 샘텍에서 2018년부터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샘씨엔에스를 포함한 와이씨 계열사는 총 16곳이다.
샘씨엔에스 관계자는 "최유진 부회장은 회사 창립 초기부터 연구개발을 이끌어온 핵심 인력"이라며 "사업 이해도가 가장 높은 전문가로서 다시 대표를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계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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