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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핵잠 선두'의 역설…연료 확보는 미지수
조은비 기자
2026-06-12 07:00:24
건조 역량 앞세워도 우라늄 확보는 한미 협상에 달려
이 기사는 2026-06-11 17:45:28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_2] 한화필리조선소 전경.jpg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오션이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장보고-N) 수주전 선두 주자로 거론된다. 그룹 차원에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50억달러 추가 투자를 약속하는 등, 국내 조선사 가운데 미국 시장에 가장 공격적으로 베팅해온 행보가 배경이다. 그러나 정작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연료 확보를 두고 한화오션은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 가장 많이 베팅한 기업이, 정작 사업의 핵심에서는 발언권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오션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잠수함을 건조한 업체로, 장보고-Ⅰ·Ⅱ·Ⅲ급 디젤 잠수함 건조를 도맡아 왔다. 특히 3000t급 도산안창호함(장보고-Ⅲ)의 설계·건조에 참여한 경험은 핵잠 선체 설계로 이어질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여기에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형 원잠 개념설계 계약을 맺으면서, 정부 핵잠 사업의 초기 단계에 사실상 가장 앞서 참여한 업체가 됐다.


문제는 이 역량이 모두 선체와 전투체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정작 핵잠의 핵심인 핵연료는 한화오션이 아무리 건조를 잘해도 손댈 수 없는 영역이다. 우라늄 농축·공급·검증이 국제 비확산 체제와 한미 원자력협정에 묶여 있어, 연료 확보는 건조사가 아니라 정부와 미국의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이 건조 이력과 개념설계 계약을 앞세워도, 연료 문제에는 관여할 수단 자체가 없다.


건조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료 앞에서는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지난달 장보고-N 사업을 공식화하면서 농축도 20% 미만 저농축우라늄(LEU) 기반, 국내 건조,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총사업비 약 28조9000억원의 윤곽을 제시했다. 설계부터 핵연료 관리, 해체까지 전 과정을 자주적으로 개발·관리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같은 계획에서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 LEU 확보와 관리 과정 전반에서 핵비확산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명시했다. 자주 개발을 내세웠지만 정작 연료는 미국에서 이전받아야 하는 구조를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공급 주체도, 시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미 원자력협정도 넘어야 할 관문이다. 지난해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연료 조달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로이터는 한국이 미국에 농축우라늄 공급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사업이 한 단계 진전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팩트시트는 농축·재처리 문제를 한미 123협정과 미국 법적 요건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추진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2015년 개정된 123협정은 한국에 농축·재처리 권한을 포괄적으로 부여하지 않았고, 관련 사안은 고위급 양자 협의체에서 다루도록 돼 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협정 틀 안에서 별도 협의가 구체화돼야 하지만, 이 협의는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연료를 다룰 기술 역시 건조와는 다른 영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잠수함 원자로는 좁은 선체 안에서 고출력과 장기 운용, 정숙성, 안전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며 "해군 원자로에 고농축우라늄(HEU)이 오랫동안 쓰여온 것도 이 조건을 맞추기 쉬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핵연료 교체를 최소화하는 장주기 운전을 목표로 내건 것은 HEU 대신 LEU로 이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LEU를 택했다고 부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장주기·고출력 요건을 맞추느라 설령 더 높은 등급의 연료가 필요해지더라도,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은 미국조차 공급이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미국 에너지부도 HALEU 부족을 첨단 원자로 개발의 병목으로 지목한 바 있다. 한국이 공급을 요청하는 처지인 만큼 미국의 공급망 사정이 그대로 사업 일정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어떤 연료를 택하든 미국이 내주지 않으면 사업은 굴러가지 않는다.


미국이 동맹국에도 핵연료를 깐깐하게 통제한다는 점은 호주의 AUKUS 사례에서 드러난다. 호주는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면서 자국 내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않기로 했고, 수명주기 내내 재급유가 필요 없는 밀봉·용접형 동력장치를 받아들였다. 핵연료의 열쇠를 사실상 미국이 쥔 구조다. 한국이 이 틀에서 예외가 될 것이라 볼 근거는 아직 없다.


한화오션이 쥔 필리조선소도 같은 한계 안에 있다. 핵연료가 미국 손에 있는 만큼, 정부의 국내 건조 방침이 미국 내 건조로 선회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 경우 미국에 조선소를 둔 곳은 한화오션뿐이어서, 국내 경쟁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우위를 쥐게 된다.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를 수주전의 핵심 카드로 자신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카드는 연료 문제 앞에서 무력하다. 미국에서 짓든 국내에서 짓든 연료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조 입지를 미국으로 옮겨도 연료 공급이라는 관문은 그대로 남는다. 우위 카드로 거론되는 필리조선소조차 정작 사업의 본질인 연료는 풀어주지 못하는 셈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건조 역량은 결국 연료 공급 경로가 확정된 뒤에야 의미를 갖는다"며 "수주전 구도가 부각되면서 정작 미정 상태인 연료와 협정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료 확보의 제도적·기술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2030년대 중반 진수라는 일정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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