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3년 차를 맞은 KB라이프생명에서 전략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이에 딜사이트는 배당 정책 변화와 자본 관리, 이익 구조의 질, 신사업 투자, 영업 현장과 조직 운영 전반을 점검하며 통합 이후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통합 3년 차를 맞은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KB라이프파트너스'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부당승환계약 등 불완전판매로 제재를 받은 것을 두고, 단순한 개별 설계사 일탈을 넘어 통합 이후 조직 관리와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영업 현장의 로열티 약화와 통제 공백 가능성이 드러난 사례라는 평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29일 KB라이프파트너스에 기관주의 제재와 함께 과태료 1600만원을 부과하고, 경영유의 사항을 통보했다. 위법 행위에 가담한 소속 보험설계사 11명에게도 업무정지 및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기관주의는 중징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내부통제 미흡이 공식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번 제재에서는 그간 제기돼 온 '자사 상품 몰아주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금감원 검사 결과, KB라이프파트너스는 2023년 7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모집한 신계약 중 6416건에 대해 동종·유사 상품 비교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대형 GA는 소비자에게 최소 3개 이상의 상품을 비교·설명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비교·설명이 누락된 생명보험 계약의 95%(2217건)가 모회사인 KB라이프생명의 상품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모회사 실적을 우선시한 영업 관행이 구조적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10만 건이 넘는 신계약이 발생하는 동안 분기별로 단 2건의 점검만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점검 체계가 형식적으로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이는 통합 이후 조직 관리 체계가 영업 현장까지 충분히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개별 설계사들의 위법 행위도 통합 전후 수년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KB라이프파트너스 설계사 2명은 2022년 11월 12일부터 2023년 5월 26일 사이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 사항을 비교·안내하지 않은 '부당 승환' 행위를 저질렀다.
또한 2022년 10월 4일에는 실제 명의인이 아닌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허위 계약(작성 계약)이 적발됐다. 이밖에 보험료 대납 등 특별이익 제공 행위는 2022년 7월 6일부터 2024년 8월 28일까지 2년 넘게 이어졌으며, 이 기간 설계사 9명이 고객 28명에게 총 2570만원 상당의 보험료를 대납한 사실이 확인됐다.
주목할 부분은 위법 행위 발생 시점이다. KB라이프생명(구 푸르덴셜생명·구 KB생명) 통합 직후 조직 재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우발적 사고라기보다 관리 공백이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영업 현장에서는 푸르덴셜생명 출신 설계사들이 주축이 된 KB라이프파트너스가 모회사인 KB금융의 경영 기조에 편입되면서, 푸르덴셜생명 특유의 자율적·장기 관점 영업 문화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2022년 하반기 초대 통합 대표에 KB생명 출신의 이환주 대표가 내정되면서 조직 내 긴장감이 고조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특히 통합 이후 성과관리 체계와 상품 전략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모회사 상품 판매 비중이 높아졌는지 여부는 내부적으로도 점검이 필요한 대목으로 지적된다. 금감원이 확인한 '모회사 상품 편중' 현상 역시 이러한 구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 결속 문제의 상징적 사례로는 'LTI(장기근속 인센티브) 지급 갈등'이 거론된다. LTI는 푸르덴셜생명이 20년 이상 근속한 설계사에게 지급하던 장기 인센티브 제도다. 그러나 제판분리와 통합 법인 출범 과정에서 지급 기준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발생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로 2022년 7월 설계사 100여명은 통합 이후 적립금 수령이 불투명해졌다며 사측을 상대로 수십억원대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설계사 측이 추산한 지급 의무액은 약 450억원 규모다. 1인당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에 달한다.
장기간 이어진 소송전은 일부 설계사 이탈과 조직 분위기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현재 재직 중인 설계사 다수는 지급 기준에 동의하고 근무 중이라는 게 KB라이프파트너스 측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불완전판매 제재는 통합 이후 조직 결속과 내부통제 체계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통합 과정에서의 갈등과 영업 압박이 일부 현장에서 무리한 영업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LTI는 일정 요건 충족 시 지급하는 인센티브로 퇴직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근속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이직한 경우까지 지급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송을 제기한 인원들은 대부분 2022년 제판분리 당시 타 GA로 이직한 설계사들"이라며 "현재 재직 중인 설계사들은 지급 기준에 동의하고 근무하고 있어 현장 결속력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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