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3년 차를 맞은 KB라이프생명에서 전략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이에 딜사이트는 배당 정책 변화와 자본 관리, 이익 구조의 질, 신사업 투자, 영업 현장과 조직 운영 전반을 점검하며 통합 이후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KB라이프생명의 수익 구조가 보험 본연의 경쟁력보다는 자산운용 성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업인 보험영업보다 파생상품 거래와 주식 처분 등을 통한 투자손익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모양새다. 배당 축소와 자본 관리 강화 기조가 본업 경쟁력 약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익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요양사업마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으로 인해 적자 폭이 확대되며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통합 3년 차를 맞은 KB라이프의 실적은 '규모(양)' 보다 '구성(질)'의 변화가 더 도드라진다. 순이익 감소 폭은 제한적이지만, 이익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12일 보험업계와 KB금융지주 경영실적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440억원으로 전년(2694억원) 대비 9.4% 감소했다. 표면적으로는 실적 하락 폭을 한 자릿수로 막으며 선방한 모습이지만, 이익 감소 폭보다 이익 구성의 변화가 더 뚜렷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실적 방어의 핵심 축은 보험이 아니라 투자였다. KB라이프생명의 지난해 투자영업손익은 1518억원으로 전년(876억원) 대비 73.3% 증가했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과 국내외 유가증권 시장 호조에 힘입어 주식 처분이익이 확대된 덕분이다. 실제로 전체 투자영업수익은 2조5775억원으로 전년대비 29.8% 늘어났다. 금리 변동성을 활용한 채권 교체 매매와 파생상품 거래에서 거둔 수익이 실적을 사실상 떠받쳤다.
반면 보험사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보험영업손익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보험영업손익은 2619억원으로 전년(3138억원) 대비 16.5% 감소했다. 다만 투자영업손익 증가에 힘입어 전체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4137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과 투자 간 '실적 온도차'가 뚜렷해지면서, 수익의 질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보험사가 자산운용 성과에 의존해 실적을 방어하는 구조는 금융시장 변동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핵심 이익 관리 지표인 예실차 관리에 실패한 모습이다. 지난해 KB라이프생명의 예실차 이익은 20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146억원) 대비 무려 86.3% 쪼그라든 수치다. 보험금 지급이나 사업비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의미로 예실차 급감은 단순한 일회성 요인이라기보다 보험 본업의 수익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와 관련해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발생 보험금 및 손실계약 증가로 보험금 예실차가 악화됐고, 세법 개정에 따른 법인세 증가 영향도 순이익 감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미래 이익의 원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은 2025년 말 기준 3조2638억원으로 전년대비 8.4% 증가했다.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1조261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 역시 270.2%(잠정)로 전년대비 7.1%포인트 상승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이는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가시성 지표에 가깝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익의 질이다. 보험 영업력의 부진을 투자 영업으로 메우는 구조는 금융시장 변동성에 극도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시장 환경이 반전될 경우 실적 방어 수단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당성향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자본 관리 기조를 강화한 배경에도 이러한 수익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신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요양사업(KB골든라이프케어)도 재무 부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2023년 10월 고령화에 따른 시니어 라이프 케어 시장 선점을 위해 KB손해보험의 자회사였던 KB골든라이프케어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노인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지만 수익화 시점은 요원한 상태다. 부지 매입과 건물 건축 등 막대한 초기 고정비가 투입되는 데 반해, 입소율 안정화와 실제 수익 발생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보험 본업의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 투입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KB골든라이프케어의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만 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순손실 6억원, 2024년 81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치로, 매년 적자 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모회사의 자본 여력에 기대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회수 시점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뒤따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손익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손익에만 의존하는 실적은 시장 변동성에 좌우되며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CSM 등 미래 지표가 성장한 것은 긍정적이나, 당장 본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요양사업 등에 대한 자본 투입은 유동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요양사업과 관련해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요양사업 특성상 부지 매입과 건축, 인허가 등 초기에 막대한 물리적 비용 투입이 불가피해 재무적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해에만 3개소를 오픈하며 투자 비용이 발생했지만, 영업이익 자체는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설 확충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비용 효율화를 통해 늦어도 3~5년 내에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사업을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