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3년 차를 맞은 KB라이프생명에서 전략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이에 딜사이트는 배당 정책 변화와 자본 관리, 이익 구조의 질, 신사업 투자, 영업 현장과 조직 운영 전반을 점검하며 통합 이후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KB라이프생명이 지난해 배당 규모를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대폭 축소했다. 표면적으로는 높은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할인율 현실화 로드맵 등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향후 자본 규제 부담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외형 확장을 위해 저축성 보험 판매에 집중했으나, 정작 미래 이익의 핵심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성장세는 둔화되면서 보수적인 자본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합 3년 차를 맞아 재무 효율성과 지표 관리를 강조해온 경영 기조가 배당 정책에도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최근 현금배당 결정을 공시하고 2025년 중간 배당금으로 주당 7407원을 책정했다. 이는 2024년 주당 배당금인 1만7282원 대비 57.1%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배당금 총액 역시 28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배당 성향 또한 큰 폭으로 하락했다. KB라이프생명은 2024년에 103.9%에 달하는 고배당 정책을 펼쳤으나, 이번 2025년에는 49.2%로 대폭 낮췄다.
지난 2024년 KB라이프생명의 순이익은 2694억원이었으나, 1년 후인 2025년 순이익(잠정치)은 2440억원으로 9.4%(254억원) 감소했다. 순이익이 줄어들긴 했으나, 이익 감소 폭(-9.4%)에 비해 배당 삭감 폭(-57.1%)이 월등히 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KB라이프생명이 내부 유보금을 쌓아 불확실한 자본 규제 환경에 대비하는 쪽으로 경영 전략을 조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배당 축소의 핵심 배경으로 '규제 강화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과 '자본의 질적 관리 전환'을 꼽는다. 최근 KB금융그룹 실적 발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KB라이프생명의 킥스비율은 270.2%(잠정치)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30%)를 크게 상회한다. 2024년(263.1%) 대비해서도 7.1%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수치만 놓고 보면 업계 상위권 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는 현시점의 지표일 뿐, 향후 규제 환경 변화까지 반영한 '미래 건전성'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부채 할인율 현실화 로드맵'이 2025년부터 본격화됨에 따라 부채 평가액이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가용 자본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7년 도입 예정인 '기본자본(Tier 1) 중심의 킥스비율 규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배당은 기본자본인 이익잉여금을 유출시키는 행위이므로,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배당을 줄여 '알짜 자본'을 내부에 쌓아두는 보수적 자본 관리 전략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50% 미만 시 적기시정조치) 도입을 확정하면서, 단순한 총자본 확충이 아닌 고퀄리티 자본 확보가 시급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상증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본자본을 늘리는 방법은 사실상 '이익 축적'뿐이므로 경상적인 자본 관리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배당 축소가 단기 실적 악화보다는 중장기 규제 대응 성격이 짙다는 점을 방증한다.
여기에 '영업의 질'에 대한 고민도 묻어난다. KB라이프생명의 2025년 말 기준 보험계약마진(CSM) 총액은 3조2638억원으로 전년(3조105억원) 대비 8.4% 늘었다. 다만 총 CSM 증가와 달리, 성장의 질을 보여주는 신계약 CSM은 0.7% 증가하는 데 그친 5047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는 고금리 저축성 보험 판매 등을 통해 덩치는 키웠지만, 실질적인 미래 이익(CSM) 창출력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총량은 늘었지만 신규 이익 창출 속도가 둔화되는 구조에서는, 공격적인 배당이 오히려 자본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형 성장 과정에서 부채 부담은 커질 수 있지만 이를 상쇄할 신계약 CSM 확보 속도는 더딘 상황"이라며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장기적인 건전성 관리를 위해 당분간은 배당 성향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2024년도 배당 성향이 높았던 것은 통합 출범 당시 지급하지 못했던 배당금을 합산해 지급했기 때문으로 기저효과가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배당 성향을 50% 수준으로 관리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과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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