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3년 차를 맞은 KB라이프생명에서 전략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이에 딜사이트는 배당 정책 변화와 자본 관리, 이익 구조의 질, 신사업 투자, 영업 현장과 조직 운영 전반을 점검하며 통합 이후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통합 3년차를 맞은 KB라이프생명보험이 푸르덴셜생명보험의 흔적을 지우고 KB금융지주 중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통합 이후 일정 기간 공존해 온 '이원적 문화'가 정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그룹 차원의 통제와 효율을 앞세운 경영 기조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라이프생명은 최근 단행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CPC기획본부 신설을 통해 본사의 통제권을 극대화하고, 영업 최전선에 은행 출신 인사를 전면 배치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업 특유의 현장 자율성보다는 재무적 효율과 관리 중심의 경영으로 무게추가 옮겨간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최근 '2026년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KB라이프생명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본사 기획 라인의 통제력을 대폭 강화하고 은행 출신 인사를 영업 최전선에 배치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노현주 신임 BA(방카슈랑스)본부장의 선임이다.
노 전무는 직전까지 KB국민은행 호남지역영업그룹대표를 지낸 정통 은행맨이다. 방카슈랑스가 은행과의 협업이 중요한 채널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험사 영업 조직의 핵심 축인 본부장 자리에 은행 출신 인사가 곧바로 이동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고유의 전문성보다는 그룹 내 인적 네트워크와 통제 가능성을 우선시한 인사"라는 해석과 함께 은행이 보험 영업 조직까지 사실상 관할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조직 구조 역시 '현장 자율'에서 '본사 통제'로 무게추가 옮겨간 모습이다. 이번에 신설된 'CPC기획본부'는 고객(Customer), 상품(Product), 채널(Channel) 전략을 통합해 관리하는 조직으로, 상품 기획부터 영업 전략까지 전반을 관통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조직 개편의 방향이 단순한 효율화 차원을 넘어 의사결정 권한의 중심을 본사로 수렴시키는 데 맞춰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본부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를 확립해 조직 효율성을 높였다"며 "이는 기민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가능하게 하고, 고객 중심의 시장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CPC기획본부 신설이 과거 상품 개발 부서와 LP(라이프파트너) 조직이 상당한 자율권을 갖고 현장을 주도했던 푸르덴셜생명의 문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PC 본부 신설은 외형상 효율성 강화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기획 조직이 상품과 영업 전반을 틀어쥐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라며 "사실상 영업 현장의 판단보다 재무 지표와 관리 논리가 우선하는 의사결정 체계가 완성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정문철 대표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KB국민은행 재무기획부장과 전략본부장 등을 거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략통'으로 분류된다. 취임 이후 비용 효율성과 지표 관리에 방점을 둔 '은행식 성과주의'를 경영 전반에 이식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마케팅 조직을 데이터 기반의 'CDP(고객데이터플랫폼) 시스템' 중심으로 재편한 것 역시 고비용 구조로 지적돼 온 전속 설계사(LP)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시스템 중심의 영업 체계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KB라이프생명은 이에 앞서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부담을 덜었다. KB라이프생명은 지난 2025년 9월 창사 이래 두 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해 고연차·고비용 인력을 대거 정리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푸르덴셜생명 출신 시니어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그룹 친화적인 인적 구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옛 KB생명과 옛 푸르덴셜생명 출신 직원 간의 갈등과 화학적 결합 실패의 후유증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통합 법인 출범 당시 내걸었던 '프리미엄 판매 전문회사'라는 비전보다는 비용 절감과 이익 방어가 경영의 중심에 놓인 모습"이라며 "영업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숫자와 성과 관리에 익숙한 은행 인력이 채우면서, 장기적으로 보험 본연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라이프생명 관계자는 "CPC기획본부는 기존의 부문 조직을 본부로 개편해 CEO 직속으로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하고 소통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출신 인사의 BA본부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방카슈랑스 채널의 특성상 은행과의 네트워크와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가장 적합한 역량을 갖춘 인사를 배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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