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우리의 지향점은 '세컨드 라인'이 아닌 '퍼스트 초이스'다. VRN11을 통해 글로벌 EGFR 시장의 표준 치료(Standard of Care)를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대권 보로노이 대표는 이달 13일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폐암 치료제 'VRN11'이 임상 1상에서 주목할 만한 약리학적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올해부터 1차 치료제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로노이 VRN11은 현재 기존 EGFR 등 다른 항암치료제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안전성 중심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공개된 초기 데이터가 내약성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이면서 1차 치료제로의 확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초기 10mg부터 시작해 현재 480mg에 이르기까지 총 11단계의 용량 증량(Dose Escalation)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용량제한독성(DLT)이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제한된 환자 수와 관찰 기간 내에서 확인된 결과로, 최대내약용량(MTD) 확정 및 추가 코호트 확대를 통해 보다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는 용량을 높일수록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으로 부작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약물 구조 설계 단계부터 불필요한 타깃(Off-target)을 최소화하고 돌연변이 EGFR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도록 정밀하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택성이 높으면 약물 부작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용량을 상대적으로 높게 사용할 여지도 생긴다. 보로노이 측은 이를 통해 복약 직전 최저 혈중 농도(trough level)에서도 충분한 약물 노출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항암제 효과와 연관 지표로 활용되는 '타겟 인게이지먼트(Target Engagement)' 측면에서 타 경쟁 약물 대비 높은 수치를 보였다는 게 보로노이 측 설명이다. 타겟 인게이지먼트는 일반적으로 약물의 최저 혈중 농도가 암세포 성장 50% 억제 농도(IC50) 대비 얼마나 높은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된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EGFR 치료제는 오시머티닙(80mg)이다. 보로노이에 따르면 오시머티닙은 복약 직전 최저 혈중 농도가 IC50 대비 약 16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VRN11은 320mg 투여군에서 동일한 내부 분석 기준상 이보다 약 64~65배 높은 농도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항암제는 독성 부담으로 용량을 크게 높이기 어려워 최저 농도가 IC50 근처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며 "VRN11은 복약 다음날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력하고 지속적인 타겟 인게이지먼트는 암세포가 다시 살아날 기회를 주지 않고 깊숙이 타격해 잔존 암세포를 최소화하는데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내성 발생 가능성도 줄어든다.
김 대표는 "암세포는 약물 농도가 낮아지는 틈을 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데 VRN11은 약 농도가 가장 낮은 시간대에도 높은 농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암세포가 내성 변이를 시도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VRN11의 높은 뇌 투과율 역시 보로노이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폐암 환자의 약 70~80%는 치료 과정에서 뇌전이를 경험한다. 이 때문에 치료 포기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기존 항암제 대부분이 뇌혈관장벽(BBB)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 뇌 전이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었지만 인지기능 저하 또는 뇌 괴사, 위축과 같은 부작용의 위험이 존재했다.
기존 치료제 오시머티닙의 경우 혈중 대비 뇌척수액(CSF) 농도 비율이 약 20% 수준으로 보고돼 있다. 뇌 투과율은 혈중 약물 농도 대비 뇌척수액 속에 들어있는 약물의 농도를 알 수 있는 지표다. 혈중 농도가 100%인데 뇌척수액에서 15%가 발견된다면 뇌투과율을 약 15% 정도라고 본다. 반면 보로노이에 따르면 VRN11은 240mg 투여 환자의 CSF를 분석한 결과, 혈중 농도 대비 200%의 투과율을 기록했다.
보로노이가 VRN11을 내성 환자용(2차 치료)이 아닌 1차 치료제로 임상을 추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처음부터 '내성 발현'과 '뇌전이'를 막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이러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호주,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올 1분기 안에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계획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현지 임상책임자들도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어 환자모집도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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