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DB그룹의 동곡사회복지재단 산하 다수의 위장계열사를 장기간 추적 관찰해온 것으로 보인다. 김준기 창업회장 등 오너일가가 이를 오랜기간 활용해 장기간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규율을 피해 온 정황이 조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관상 계열사가 아니므로 법적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음이라고 명시한 내부 검토 자료가 확인되면서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닌 기획된 은폐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DB그룹은 동곡재단 산하 회사들이 서류상 계열사로 분류되지 않는 점을 들어 사익 추구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DB 측이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주주(김준기 회장)는 SD(삼동흥산)의 특수관계인이 아니므로 상호 거래 시 외관상 법적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음"이라고 평가한 대목이 적시됐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거래 시 적용되는 부당지원 금지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장 계열사 상태를 유지했다고 본다. 특히 이들 재단 회사가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보다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을 우선시하는 도구로 활용됐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삼동흥산과 빌텍 등 핵심 재단 회사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2024년 기준 삼동흥산 81.7%, 빌텍 75.2%)을 DB 계열사에 의존하며 오너 일가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DB그룹은 동곡재단 산하 회사들을 내부적으로 관리하면서도 대외 노출을 피하고자 조직도 및 문서 관리 체계를 이중으로 운영해 왔다. 이른바 '그룹사 전국 부동산 사용 현황'이나 '그룹사 임원 명단', '명절 선물 발송 명단' 등으로 이름 지어진 각종 내부 문서에는 삼동흥산과 빌텍, 강원일보 등 재단 회사들의 정보가 포함돼 통합 관리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2023년 작성된 그룹 조직도에서는 이들 회사를 점선으로 표시하고, 관계사 배포 시 해당 부분을 삭제하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명시하는 등 기획적인 은폐가 이뤄진 점이 드러났다. 재단 회사를 동원한 거래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적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위장계열사 리스크'를 내부적으로 분석한 자료도 확인됐다.
공식 조직도와는 별도로 재단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전담 관리 체계도 구축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1월 1일 그룹 내에 '재단 협력회사 운영담당(회장)' 직위를 신설하고, 26년간 디비김준기문화재단의 감사를 지낸 총수의 최측근 인사를 배치해 재단 회사들을 관리하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DB그룹과 재단 회사 간에는 수십 년간 임직원 겸임 및 전보 등 빈번한 인사 교류가 지속됐으며, 핵심 재단 회사의 역대 대표이사와 임원 과반수가 DB 소속 근무 경력자로 채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 회사들이 동원된 거래 구조 역시 총수 일가 이해관계와 맞물려 검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확보한 검토 자료에 따르면 회장 일가 소유 토지를 삼동흥산에 장기 임대해 개발 리스크는 회사가 부담하고, 개발 성공 후 가치 상승 시 총수 일가가 해당 토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확보된 자금은 이후 그룹 지배구조 강화에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DB그룹이 재단 및 재단 회사들을 매우 장기간 은폐하고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이 규율하는 각종 기업집단 규제를 면탈했다"며 "결과적으로 부당지원 등에 대한 법적·사회적 감시에서 벗어나 재단 회사들을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활용한 행위에 대하여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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