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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IP 확률 논란…신뢰에 삼세판은 없다
조은지 기자
2026.02.23 08:30:16
두 번째 시험대 오른 브랜드 신뢰…환불보다 구조 개선이 답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0일 08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넥슨이 모바일 게임 '메이플 키우기' 확률 조작 논란과 관련해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출시 약 3주 만에 내려진 이례적인 조치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논란 사례와 비교해도 대응 강도가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문제의 종결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에는 '삼세판'이라는 말이 있다. 세 번 안에 승부를 가리자는 의미로, 두 번의 실패가 있더라도 마지막 한 번은 남겨두는 관용을 전제한 표현이다. 조선시대의 삼도득신법처럼 세 차례 기회를 통해 결과를 확정짓는 관습이나, 오늘날 법원의 3심제처럼 한 번의 판단으로 끝내지 않고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치는 제도와도 닮아 있다. 놀이와 경쟁의 영역에서는 이런 규칙이 통용된다. 그러나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다르다. 신뢰는 횟수로 계산되지 않는다.


메이플스토리 IP에서는 이미 확률과 관련한 논란이 한 차례 크게 발생한 바 있다. 과거 확률 공개 오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까지 이어졌던 사례 이후 또다시 유사한 유형의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은 상징성이 작지 않다. 이번 사건은 그 연장선 위에서 벌어졌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아니라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다.


물론 전액 환불은 분명 강한 책임 인정이다. 단기적으로 이용자 불만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불이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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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메이플키우기 환불을 신청할 경우 해당 계정이 영구 이용 정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초기부터 시간을 들여 캐릭터를 육성하고 게임에 애정을 쏟은 이용자에게 이는 단순한 환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돈을 돌려받는 대신 그동안 쌓아온 게임 경험과 기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환불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선택하기 어려운 이용자도 적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전액 환불이라는 조치가 모든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는 해법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용자의 손실은 결제 금액만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신뢰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사건이 반복될 수 있는 구조다.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수익 모델은 정보 비대칭을 전제로 작동한다. 이용자는 결과만 확인할 수 있고 과정은 운영사 내부에 있다. 투명성 확보를 약속하는 제도와 장치가 마련됐음에도 유사한 논란이 다시 발생했다는 점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게임 산업은 이용자의 '신뢰' 위에서 성장해 왔다. 특히 장기 서비스형 게임일수록 "운영을 믿을 수 있는가"가 핵심 자산이다. 브랜드 가치와 충성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그러나 신뢰는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다. 손실로 계산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쉽게 간과된다.


넥슨의 재무 체력은 충분하다. 업계가 추산하는 2000억원 안팎의 환불 비용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숫자로 표시되는 것만이 아니다. 반복된 논란이 남기는 피로감과 의심은 장기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운영 사고를 넘어 IP 신뢰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같은 브랜드에서 비슷한 유형의 논란이 재발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용자에게는 강한 신호다.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심이 자리 잡는 순간 서비스의 기반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삼세판은 놀이에서나 통하는 규칙이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서는 다르다. 신뢰는 두 번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특히 한 번 크게 흔들린 경험이 있다면 두 번째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


전액 환불로 사건은 일단락될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가 진짜로 기다리는 것은 돈이 아니라 변화다. 동일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 확신을 만들지 못한다면 이번 조치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시간 벌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삼세판은 없다. 적어도 신뢰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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