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퍼시스그룹이 최근 깊숙한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고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에 회사는 기존 프리미엄 전략을 버리고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재고자산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판매 부진에 영업이익률만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퍼시스그룹 내 계열사들의 수익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퍼시스의 경우 2020년 8.97%에 달했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작년 5.57%로 3.40%포인트(p) 하락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4.91%까지 감소했다. 일룸과 시디즈의 별도기준 영업이익률도 2020년 6.5%, 7.62% 수준에서 작년 각각 1.9%, -1.07%(적자전환)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퍼시스와 일룸, 시디즈는 공통적으로 재고자산의 증가와 재고자산회전율 감소세를 보였다. 우선 퍼시스의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2020년 225억원에서 작년 537억원으로 증가했고 회전율은 8회에서 5회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일룸(125억원 → 212억원)도 재고자산이 크게 늘었으며 시디즈의 경우 재고자산이 183억원에서 239억원으로 재고자산회전율이 10.03회에서 6.23회로 감소했다. 이는 결국 회사가 상품을 찍어내는 것보다 판매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의미다.
이들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은 코로나19 팬데믹 특수가 종료되고 최근 소비침체 기조가 지속되면서 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이에 더해 인건비와 물류비 등 판매비와관리비 부담 확대와 원자재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동안 급격하게 늘어난 재고자산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상적으로 재고자산의 증가가 수익성 감소로 직결되진 않지만 퍼시스그룹은 스스로 사업전략을 수정하면서 악순환 고리에 빠진 모양새다. 기존 프리미엄 전략을 버리고 대규모 프로모션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실제로 이 그룹은 앞서 오랜기간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왔다. 고품질의 상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받는 식이다. 퍼시스그룹 계열사들의 2020년 영업이익률이 동종업계 한샘(4.50%)과 현대리바트(2.69%)를 크게 상회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다만 퍼시스그룹은 최근 사업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퍼시스 패밀리 페스타(최대 50% 할인), 브랜드위크, 신학기위크, 네이버 브랜드데이 등 대규모 프로모션의 빈도를 높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둔화 기조에 프리미엄보다는 가성비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이는 재고자산을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문제는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했음에도 괄목할만한 외형 성장은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퍼시스의 최근 3개년 매출은 2022년 3813억원→2023년 3629억원→2023년 3857억원으로 횡보하고 있으며 시디즈는 작년 매출이 2084억원으로 2022년 대비 역성장했다.
게다가 이 회사들은 수익성에도 직격타를 맞았다. 퍼시스의 연결기준 영억이익은 2022년 327억원에서 작년 215억원으로 감소했고 시디즈는 2022년(영업이익 4억원) 대비 적자전환해 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할인율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지 못한 후폭풍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퍼시스그룹이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한 이전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번이라도 특정 상품에 대한 대규모 할인이 들어가면 대부분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을 정가에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나아가 그룹이 1983년 설립 이후 40년 이상 구축해온 프리미엄 이미지를 단기간에 잃게될 수도 있다는 점도 뼈아픈 요소다.
이와 관련 시장관계자는 "퍼시스그룹은 가구업계 내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며 높은 수익성을 보여왔던 업체"라며 "한번 프리미엄 이미지를 포기한 이상 박리다매로 상품을 팔아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퍼시스그룹 측은 재고자산 증가와 대규모 프로모션 전개 등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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