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퍼시스홀딩스가 최근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 퍼시스지주를 설립하면서 신임 대표로 내정한 김영규 퍼시스 관리총괄 부사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퍼시스에서 25년간 근무하며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는 등 손동창 명예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퍼시스지주에서 그룹 차원의 전략 컨트롤타워 구축은 물론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 작업까지 직접 진두지휘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퍼시스홀딩스는 올해 5월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 퍼시스지주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기존 퍼시스홀딩스가 보유한 관계기업투자주식, 매도가능증권 등 투자자산을 이전받는다. 투자자산 중에서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 퍼시스 지분 33.57%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퍼시스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2636억원(부채 69억원, 자본 2567억원)으로 집계됐다.
퍼시스지주의 신임 대표이사로는 김영규 퍼시스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내정됐다. 1974년생인 그는 퍼시스그룹에서 ▲퍼시스 경영기획실 팀장 ▲퍼시스홀딩스 경영관리본무 상무 ▲퍼시스홀딩스 HR부문·경영지원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15년부터는 오너가의 개인회사였던 바로스에서 총괄팀장으로 손 명예회장을 보좌했다. 이에 김 대표가 2024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퍼시스 사내이사로 진입할 당시 회사는 그를 인사·재무·법무·투자·IR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퍼시스의 곳간을 책임지는 CFO로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며 공로를 인정받은 모습이다. 실제 퍼시스의 부채비율은 2021년 15.67%에서 2024년 12.18%로 3.49%포인트(p) 줄었으며 작년 기준 유동비율은 393.47%에 달한다. 이에 퍼시스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1194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며 투자여력을 확보했고 최근 글로벌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 체제에서 퍼시스지주는 향후 그룹 전반의 전략·기획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주사 역할을 맡아온 퍼시스홀딩스는 별도의 전략·기획부서를 두지 않고 인사·지원·IT부문 등으로만 조직을 꾸려왔다. 이에 그룹 내 계열사들은 사실상 각자도생 해왔다. 다만 최근 가구업계는 소비둔화, 경쟁심화 등 대외적 악재에 그룹 차원의 대응력을 요구받고 있다. 마침 '오너2세' 손태희 사장이 퍼시스지주의 사내이사로 함께 진입한 것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김 대표가 계열사들의 현금흐름과 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직접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도 나온다. 현재 퍼시스그룹은 손 사장을 중심으로 하는 승계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자금력이 충분한 퍼시스 계열과 달리 손 사장이 지배하고 있는 일룸 계열은 승계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일룸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총 15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김 대표는 향후 손 사장을 보좌하면서 그룹 전반의 사업 전략을 주도하고 승계 작업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퍼시스그룹이 장기간 승계를 위한 밑 그림을 그려놓은 상황에서 그의 CFO로서의 보여준 역량에 기대감이 높을 것이라는 업계 중론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퍼시스그룹이 굳이 퍼시스홀딩스를 인적분할해 순수지주사를 만든 이유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라며 "그룹 컨트롤타워의 수장을 맡은 김영규 대표는 사업전략은 물론 승계작업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퍼시스그룹은 김영규 대표 선임 배경에 대한 본지 취재에 따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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