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신한자산신탁과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담합 의혹에 휘말렸다. 부동산 공매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유찰을 유도하고 사업권을 저가에 인수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의혹은 공매 도중에 시공사 계약이 공시되고 최종 낙찰자가 채권자의 계열사로 변경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번 사안은 신탁사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 및 자산운용사의 배임과 이해상충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향후 금융당국의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신탁은 지난해 12월 17일 대구 동구 신천동 147-1번지에 대한 담보신탁 부동산 공매를 개시했다. 공매 개시 바로 다음 날인 18일 지역 중견 건설사인 서한은 해당 부지에 주상복합 신축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공매는 총 11회차 중 2회차가 지난 시점이었다. 최종 낙찰자가 결정되기도 전에 시공사가 먼저 정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시행사로 이름을 올린 에스티컨스트럭션은 자본금 5억원의 영세 법인으로 수천억원 규모 토지 대금과 공사비를 감당할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서는 에스티컨스트럭션이 한투리얼과 특수관계에 있는 PM(Project Management)사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투리얼은 해당 사업장의 선순위 수익자이자 실질적인 채권자다. 공매 규정상 이해관계인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으나 실체가 불분명한 시행사를 가교로 내세워 사업권을 우회 인수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러한 정황은 지난 2월 10일 도급계약 주체가 에스티컨스트럭션에서 한투리얼의 계열사인 '한국리얼신천동주상복합PFV'로 변경되면서 의구심이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매각 주관사인 신한신탁은 자산 가치 보호를 위한 선관주의 의무 위반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매 가격 하락 과정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1회차 당시 1035억원이었던 공매가는 유찰을 반복하며 11회차에 이르러 373억원까지 떨어졌다. 두 달여 만에 자산 가치가 64% 폭락한 것이다. 통상 신탁사는 공매가가 급락하면 매각을 보류하거나 채권단과 협의해 최저입찰가를 재산정하는 등 자산 보존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매각 주관사인 신한신탁은 별다른 조치 없이 공매를 속행하며 가격 하락을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에스티컨스트럭션을 가교 삼아 사업권을 한투리얼에 넘기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 조건에 삽입된 독소 조항들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신한신탁은 공고문에 "우선수익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낙찰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사실상 한투리얼이 입맛에 맞는 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공매 절차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여기에 '건축 허가 명의 변경 승계' 조항을 넣어 사전 내정자에게 특혜를 제공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낙찰자가 복잡한 행정 절차를 생략하고 즉시 착공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이례적인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매각 추진 과정에서 소수 채권자들의 권리도 무시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신한신탁은 저가 매각에 따른 손실을 우려한 일부 선순위 채권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개별 동의가 아닌 대출 원금 합산액의 66.7% 이상만 동의하면 가능하다는 '대출금 3분의 2 이상 동의' 의결 요건을 활용해 매각을 추진했다. 기존 시행사 측 또한 "건축 심의 통과를 전제로 대출 만기 연장을 협의했으나, 심의 직후 공매가 기습 개시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매각의 정당성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확산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신탁의 공매 절차 적정성과 한투리얼의 이해상충 여부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며 "이들의 담합 의혹 및 무리한 저가 인수가 다른 선순위 대주들의 손실 뿐만 아니라 공적 자금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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