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탑런토탈솔루션이 'LG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지만 사업 확장이 오히려 LG 공급망 내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형상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매출 구조는 여전히 LG그룹에 묶여 있어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LG의 경영 위기가 오면 즉시 전이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탑런토탈솔루션을 이끌고 있는 박영근 부회장은 기존 부품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비·소재 자회사를 세우는 등 사업 저변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선대 박용해 회장이 일궈낸 LG그룹 협력사 기반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면서 '선대 회장 그림자 지우기'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결산 기준 탑런토탈솔루션 매출의 80%가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LG그룹에서 발생했다. 2024년 상장 당시 우려로 제기됐던 LG그룹 의존도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LG그룹 의존도가 높은 부문은 회사의 주력 사업인 차량용 백라이트유닛(BLU)이다. BLU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광원을 제공하는 부품으로 지난해 잠정 실적 기준 전체 매출의 59.7%를 차지한 전장솔루션 부문의 핵심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중국 남경과 베트남 하이퐁 법인에서 생산돼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의 계기판, 헤드업디스플레이, 조수석 디스플레이 등에 적용된다. 표면적으로는 완성차향 매출처럼 보이지만 실제 거래 구조는 LG 계열을 거치는 형태라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통상 주요 고객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을 경우 수주 물량 변동이 실적에 직결된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전장 사업 확대는 탑런토탈솔루션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전방 산업 둔화나 단가 인하 압박이 발생할 경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LG 계열사들이 실적 악화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향후 단가 인하 압박이 들어올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탑런토탈솔루션은 최근 자동차 부품을 넘어 차량용 디스플레이 모듈(PBM)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탑런차이나난징을 통해 LG디스플레이 난징 법인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모듈 사업을 1041억953만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BLU 단품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모듈 완제품을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PBM 사업은 BLU에 글래스와 디스플레이 패널을 결합해 모듈 완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존 BLU 대비 매출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인수는 LG디스플레이가 기존에 수행하던 차량용 LCD 모듈 사업을 넘겨받는 구조로 외형상 신규 사업 진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LG 물량을 승계하는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기존 티어1(Tier1) 고객사 승계까지 감안하면 PBM 확대는 의존도 해소보다는 LG 사업 범위의 확장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계열사 확장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 역시 'LG 한 우물' 구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인수한 기업들 또한 LG디스플레이 공급망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탑런토탈솔루션은 지난해 1월 탑런에이피솔루션 지분 55.0%를 180억원에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탑런에이피솔루션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의 화질 균일도 보정과 수명 평가를 수행하는 검사 장비를 주력으로 한다. 지난해 4월 LG디스플레이의 공식 장비공급업체로 등록됐으며 10월에는 첫 양산 검사장비 수주에 성공했다. 이에 올해 1분기부터 OLED 모듈 라인에 검사 장비 납품이 진행될 예정이다.
소재 특화 계열사인 탑런머터리얼솔루션 역시 LG디스플레이 협력사로 분류된다. 탑런토탈솔루션은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의 1차 협력사였던 진웅산업을 인수해 탑런머터리얼솔루션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계열사로 편입했다. 앞서 진웅산업은 n형 전하생성층(n-CGL)을 개발해 2014년부터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해 왔다. n-CGL은 탠덤 OLED 구조에서 발광층 사이 전하 이동을 제어하는 핵심 소재다.
부품·소재·장비 전반이 LG디스플레이 공급망에 편입되면서 사업 영역이 확대될수록 LG와의 연결고리도 더욱 공고해지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영근 부회장이 외형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사업의 무게 중심은 LG 공급망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창업주이자 부친인 박용해 회장이 마련한 협력사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탑런토탈솔루션과 LG그룹과의 관계는 창업주 박용해 회장 때부터 이어져 왔다. 박 회장은 1989년 탑런토탈솔루션의 전신인 동양산업을 창업했으며 LG전자 협력사 모임인 '협력회' 회장을 20여년간 역임했다. 박영근 부회장 역시 2022년부터 현재까지 LG디스플레이 협력회 회장과 LG전자 VS본부 협력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세대를 거쳐 이어진 협력 관계는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동일 네트워크 안에서 사업이 확장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거래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탑런토탈솔루션과 계열사들 모두 LG디스플레이 공급망에 포함됐다"며 "소재·부품·장비 수직 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LG디스플레이 실적 변동이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리스크도 함께 안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고객 다변화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탑런토탈솔루션은 지난 1월 중국 체리자동차와 280억원 규모의 차량용 BLU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지리자동차, 대만 AUO 계열사, 독일 콘티넨탈 전장부문 자회사 아우모비오(Aumovio) 등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BLU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글로벌 완성차·티어1 네트워크가 향후 PBM 사업으로 확장될 경우 단일 부품 공급을 넘어 모듈 단위 거래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다변화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윤석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PBM 사업을 통해 전장 티어1 및 완성차 업체와의 직접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공급 단위 상승에 따른 평균판매가격 개선 효과가 동반될 것"이라며 "BLU 사업을 통해 축적한 광학 설계와 양산 역량을 바탕으로 공급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회사 측은 아직 LG 의존도가 높지만 향후 매출 구조가 점차 다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25년 잠정 결산 기준으로 LG그룹 의존도가 크게 줄지 않았다"며 "다만 지난해부터 영업과 수주 확대에 나선 만큼 2026년 하반기부터는 다른 고객사 매출이 본격 반영되며 의존도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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