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배터리 신규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공장은 기존 계획대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만큼 신규 공장의 램프업(ramp up·생산량 확대)및 설비 입고 시점을 조절하며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중장기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280기가와트시(GWh)에서 2026년 550~570GWh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북미를 비롯 중국 남경, 인도네시아, 폴란드, 국내 오창 등 여러 지역에서 신규 공장 건설 및 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주력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지역의 경우 현재 운영하거나 건설 중인 공장만 8개다. 제너럴모터스(GM) 1·2·3합작공장과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 합작공장을 비롯해 미시간 홀랜드와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단독공장 등이다.
배터리 공장은 계획대로 하나둘 가동을 시작했다. 올 들어 GM 합작2공장과 인도네시아 현대차 합작공장이 양산에 들어갔고, 하반기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45GWh 규모 스텔란티스 합작공장도 가동을 시작한다.
문제는 캐즘으로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주력 고객사인 GM은 최근 올해 전기차 생산량 계획을 기존 20만~30만대에서 20만~25만대로 조정했다. 5월 누적 판매량이 3만5000대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조정된 목표치도 달성 가능성이 낮다는 게 시장 전망이다.
그럼에도 LG엔솔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GM 3공장을 건설 중이다. 3공장까지 완공되면 앞서 가동을 시작한 1·2공장에 더해 생산능력이 140GWh까지 늘어난다. 이는 전기차 2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합작공장의 생산능력이 현재 고객사 전기차 판매량을 크게 웃도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G엔솔 역시 신규 공장의 생산량을 무리하게 끌어올리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합작공장의 경우 고객사와의 계약에 따라 공장 건설이 중단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시장상황에 맞춰 램프업을 보수적으로 진행할 전망이다. 실제 LG엔솔은 GM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조정하자 배터리 공급량 재점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내년 초로 계획했던 GM 2공장 풀 램프업(full ramp-up·최대 가동) 시점도 순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LG엔솔은 폴란드 공장가동률 역시 조정 중이다. 1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전체 공장가동률은 2022년 73.6%에 달했으나 올해 1분기 57.4%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선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다수 공장의 가동률도 작년 4분기 낮췄지만 폴란드 공장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내다봐서다.
LG엔솔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배터리 설비 투자 계획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램프업 일정과 설비 입고 시점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GM 1·2합작공장 만으로 배터리 수요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면 현재 건설 중인 3공장은 설비 입고 시점을 늦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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