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대표 '재무통'으로 꼽히는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CF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부사장 승진과 동시에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대외 불확실성에 부딪혀 고전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을 변수로 맞아 '2년 연속 영업이익 역성장'이 예고되는 등 위기 압박이 거세져서다.
묵직한 경영 악재에 맞서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동시에 대규모 투자까지 맞물려 '곳간지기'라는 중책을 맡은 이 부사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진 모습이다.
지난해 말 정기임원인사에서 승진한 이 부사장은 현대차 경영관리·재무관리실장과 재경사업부장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로 손꼽힌다. 부사장 승진에 앞서 전무 시절이었던 지난해 3월 현대차 사내이사로 먼저 임명돼 이사회에 참여하며 경영 전반에 관여해왔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 자금 운용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현대캐피탈·현대카드·현대커머셜 등 금융 계열사 이사직을 겸직 중이다. 현대차 사업부문은 크게 ▲차량 ▲금융▲기타로 구분된다. 금융 부문은 차량 할부금융 및 결제 대행업무를 담당한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에서도 비교적 재무 관리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현대차 연간 연결 영업이익은 14조23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8%를 기록해 연간 가이던스(영업이익률 8~9%)에 부합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에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지출 및 고환율로 인한 판매보증 충당부채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경영 여건이 훨씬 까다로워져 이 부사장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가중된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고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진 데다 당초 공표했던 경영 목표 달성도 불투명해진 탓이다. 특히 이 부사장 입장에서 2년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경영 성적표는 무겁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2025년 연결 영업이익률 목표치를 7~8%로 설정해둔 상태다.
증권가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현대차 연간 추정 영업이익은 12조82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 추정치는 7%다. 영업이익 하락의 주 원인으로는 관세가 지목되는데 올 한 해 예상되는 관세 비용은 약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시작된 지난 2분기에만 영업이익 8282억원이 증발한 바 있다.
이 부사장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위기 타개책으로 꺼내 들었다. 지난 7월 열린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미국 내에서 완성차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시장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한시적으로 자국에서 자동차를 생산 및 판매한 업체에 차량 가격(MSRP)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크레딧' 형태로 제공하는 정책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는 해당 크레딧을 부품 수입 시 부과되는 관세 비용을 상쇄하는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여기에 비용 관리 강화 차원에서 부품 소싱 다변화 태스크포스(TFT)도 운영하고 있다. TFT는 부품 생산업체 200여 곳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국내 수출과 미국 현지 소싱 등을 두루 살피며 합리적인 조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부사장이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 고군분투 하는 와중에 굵직한 투자 계획이 잡혀 있는 점은 만만치 않은 난제로 남게 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중장기 미래 전략 '현대 웨이'를 공개하고 오는 2033년까지 10년에 걸쳐 120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 환산 시 앞으로 매년 12조원 이상을 투자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올 상반기 현대차 투자 활동에서도 고심한 흔적이 묻어난다. 올 상반기 현대차 차량부문 총 투자액은 5조95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자 규모(6조8772억원)가 직전해 대비 33% 늘어났던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이승조 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 관세 정책의 가시성이 확보되는 대로 가급적 이른 시일 내 2025년 가이던스 업데이트 내용을 시장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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