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재입찰이 이른바 '10원 단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될 전망이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빅3가 모두 등판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베팅은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다. 세 회사 모두 거액의 위약금을 물고 중도 철수한 뼈아픈 경험이 있는 만큼 철저히 손익을 따진 보수적 접근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공사)는 이달 20일 오후 4시30분 제1여객터미널(T1) DF1·DF2 사업권에 대한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한다. 이번 사업권의 계약 기간은 영업 개시일로부터 2033년 6월까지 약 7년이며, 갱신 시 최대 10년까지 운영 가능하다.
이번 입찰은 기존 사업자인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임차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업권을 반납하며 성사됐다. 양사는 지난 2023년 입찰 당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의 수요 회복을 기대하며 최저수용금액 대비 각각 168%, 161%라는 높은 투찰가를 써냈다.
하지만 여객 수는 회복된 반면 실제 면세점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여객 수와 연동된 임차료 산정 방식은 오히려 독이 됐다. 결국 양사는 임차료 감액 청구 소송까지 냈으나 공사 측이 수용하지 않자 거액의 위약금을 감수하고 철수를 택했다.
공사는 이번 재입찰에서 문턱을 소폭 낮췄다. 객당 임대료(최저수용가능)를 DF1 5031원, DF2 4994원으로 책정해 2023년보다 하향 조정했다. 입찰에는 빅3를 비롯해 현대면세점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4사는 지난달 열린 입찰 설명회에 나란히 참석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다만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그간 인천공항 입찰은 '아시아 허브 공항'이라는 상징성과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한 협상력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베팅 전략'이 대세였다. 그러나 신라와 신세계가 각각 1900억원대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고 물러나며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직후라 이번에는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양새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작년 1~1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11조4145억 원에 그쳤다. 여기에 2028년부터 2032년까지 예정된 제1터미널의 단계적 리뉴얼 작업도 운영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시장에서는 이번 입찰이 적은 가격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10원 전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장 여유로운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롯데는 2023년 입찰 탈락 이후 오히려 내실 경영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회복했다. 작년 3분기 빅3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401억원) 흑자를 기록했고 위약금 리스크도 없어 외형 확장을 위해 경쟁사보다 다소 높은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신세계면세점은 작년 3분기까지 94억원의 영업적자와 위약금 부담으로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부산점 폐점과 공항 사업권 반납으로 운영 매장이 급격히 줄어든 점이 변수다.
신라면세점 역시 위약금 여파로 233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 중이며, 해외 사업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무리한 베팅보다는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업황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모든 업체가 손익분기점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결국 아주 근소한 가격 차이로 사업자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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