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인적분할 방식으로 나눈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의 분할은 단순한 사업분리가 아니라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적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바이오에서 새로 분할 신설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앞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의 주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바이오 계열의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두 개로 나눈 회사 가운데 하나를 처분해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유동성으로 생명보험법 강화에 대비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5.5%에 대한 명도 해법을 마련할 거란 전망이다. 삼성은 한국거래소의 인적분할 재상장 심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장애물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 정부에서 강화된 주주보호 정책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지배구조를 외부 공격에 취약하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삼성은 법과 시장, 지배구조와 생존전략이 교차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다.
[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한국거래소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관련 예비심사 기한을 연장해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 조정을 요청했다. 공식 일정은 정해졌지만 지배구조 개편 연계 가능성과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자 심사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분할 예비심사 기한을 연장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은 늦추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라는 신설법인을 만들겠다고 공시했다. 바이오 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이 혼재해 있어 고객사 이해상충 우려를 차단하고 사업간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분할 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전문회사로 남고 신설사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기존 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각각 0.650 대 0.349 비율로 배정받는 구조다. 존림(John Rim)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급격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양사가 각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이번 분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인적분할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며 주주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거래소의 재상장 심사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길어졌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재상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
거래소는 형식 요건 뿐만 아니라 질적 요건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제30조 질적 심사 요건에는 ▲지배구조·내부통제·공시체계의 투명성 ▲지분 변동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따른 경영 안정성 ▲공익 및 투자자 보호 저해 여부 등이 포함된다.
거래소가 심사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삼성그룹이 인적분할을 지배구조 개편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신설된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이나 기존 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할 경우 그 자금을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대 20조~30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 삼성물산이 전자와 바이오 양축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바이오 분할이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삼성의 삼성물산 합병과 같은 비중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물산 합병은 최순실 사태 이후 특혜시비가 붙으면서 관련 거래를 승인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구속 및 투옥 사태로 비화했다. 문제를 호락호락하게 여겼다가는 실무진이 차후 감사나 조사 등을 통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심사 기한은 점차 길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상장 심사는 이날 기준 77일째다. 이는 최근 3년간 재상장을 신청한 23개 기업의 예비심사 평균 소요 기간인 73일을 상회한다. 올들어 주주 반발로 인적분할을 철회한 하나마이크론과 파마리서치의 경우 예비심사에 각각 117일, 25일이 소요됐다. 하나마이크론은 소액주주가 법원에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심사가 장기화했고, 파마리서치는 주주 여론에 따라 자진 철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사한 인적분할 사례로는 빙그레가 있다. 빙그레는 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인적분할을 추진했으나, 빙그레홀딩스의 자체적인 사업이 없고 존속법인의 사업과 80% 이상이 중복된다는 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예비심사는 63일이 소요됐다.
삼성의 분할이 다른 기업의 재상장 심사기한보다 지체되면서 향후 인적분할 실무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22일 이사회 결의를 시작으로 ▲7월 29일 증권신고서 제출 ▲9월 16일 주주총회 ▲9월 30일 신주 배정 기준일 ▲10월 1일 분할기일 및 신설회사 창립총회 ▲10월 29일 변경상장 및 재상장을 목표로 일정을 잡아왔다. 현재 거래소 심사 지연으로 최종 상장 여부와 일정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이번 건을 세밀히 들여다보는 까닭은 일반 회사의 사업 개편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국내 최대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전초단계로 파악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이재명 정부가 시작된 후 마련된 상법개정안에 따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와 상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심사숙고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은 상세하게 심사를 해야 한다"며 "자료를 꼼꼼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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