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인적분할 방식으로 나눈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의 분할은 단순한 사업분리가 아니라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적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바이오에서 새로 분할 신설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앞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의 주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바이오 계열의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두 개로 나눈 회사 가운데 하나를 처분해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유동성으로 생명보험법 강화에 대비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5.5%에 대한 명도 해법을 마련할 거란 전망이다. 삼성은 한국거래소의 인적분할 재상장 심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장애물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 정부에서 강화된 주주보호 정책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지배구조를 외부 공격에 취약하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삼성은 법과 시장, 지배구조와 생존전략이 교차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최상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은 신설된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다목적 활용 가능성 덕분이다. 자본시장에서 제기되는 바이오 사업 수직계열화와 삼성물산의 대규모 현금 확보 가능성 이외에도 이번 분할의 존속법인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로 주가상승의 모멘텀이 시작된다면 이재용 회장 등 오너가 중심의 지배력 강화에도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현금으로 생명법 타개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두번째 시나리오로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인적분할을 통해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부문을 존속법인으로 유지하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별도 지주회사(삼성에피스홀딩스)로 떼어낸다고 발표했다.
분할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약 73조원이다. 여기에 존속법인 바이오로직스의 분할비율(0.65)을 반영하면 삼성물산이 가진 바이오로직스의 지분 가치(43%)는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삼성물산이 이를 삼성전자에 넘길 경우 전자의 현금 20조원이 물산으로 넘어가 지주사의 대규모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 지주사인 삼성물산은 이 자금을 활용해 지배구조 개편 측면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 유동성으로 삼성생명보험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할 수 있어서다.
다만 삼성전자가 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에 대해선 반대하는 주주들이 적잖다.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지키기 위해 삼성전자가 대규모 현금을 소요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소액 주주들의 항의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시행된 상법 개정안은 모든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입장에선 이재용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원하지도 않는 바이오 사업을 떠안는 것이란 비판이 가능하다.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에 다시 정부 기조에 반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몰아붙이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란 해석이다.
그룹 관계자들은 '성장 축인 바이오 사업에 대한 전자의 직할 체계 구축'이라는 명분으로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주주가치 훼손이 아닌 오히려 가치제고의 수순으로 평가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다. 삼성전자가 바이오 사업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는 걸 좋아하는 주주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분할 재상장 후 액분…국민 바이오주 기대
시장은 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로 삼성이 사업을 더 유연하게 주무를 수 있게 됐다고 본다. CDMO와 바이오시밀러는 수익성과 성장궤도 측면에서 상이한 측면이 있다. 각 사업의 특성을 기준으로 독립적 평가가 가능해진 것도 상당한 성과로 평가된다.
기업가치 재평가와 주가상승 기대감도 증가했다. 특히 사업이 명확히 분리돼 있는 만큼 향후 외부 매각이나 투자 유치, 현물출자 등의 전략적 활용이 가능해졌다. 삼성물산이 필요로 하는 현금 규모에 따라 다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존속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액면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분할 전 시가총액 73조원, 주당 100만원을 넘어선 주가를 감안하면 소액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거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 사례처럼 국민주가 된다면 상당한 지지여론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이다. 2018년 삼성전자는 50대 1의 액면분할을 단행해 개인 투자자 유입과 주가 레벨업 효과를 봤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로직스나 에피스홀딩스 주식의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부양에 나서면 개인 투자자와 그룹의 이해관계를 어느 정도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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