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1분기 일제히 기업대출을 확대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이 맞물리며 자산 구성이 기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모습이다. 다만 늘어난 기업대출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정책 취지와 실제 자금 흐름 간 괴리도 나타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약 753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0%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96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193조4000억원, 우리은행 184조1000억원, 하나은행 179조5000억원 순이다.
기업대출 증가 속도는 신한은행이 가장 빨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187조8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93조4000억원으로 3.0% 늘었다. 우리은행은 2.0%, 하나은행은 1.8%, KB국민은행은 1.2%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소폭 감소했다.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약 620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8000억원(0.3%) 줄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DSR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성장 여력을 기업금융에서 찾으면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병행된 결과로 풀이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출 증가의 무게추는 대기업 쪽으로 기울어 있다. 생산적 금융 확대의 핵심인 중소기업 대출보다 대기업 대출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이 2.0% 늘어나는 동안 대기업 대출은 6% 이상 증가했고, 하나은행 역시 각각 1.3%, 4.9%로 격차가 컸다. KB국민은행도 중소기업(1.1%)보다 대기업(1.4%) 증가율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대출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대기업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다소 다른 흐름을 보였다.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가계대출이 증가했다. 기업대출의 경우에도 대기업 대출은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감소했다. 주요 은행들이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출을 모두 늘린 것과 다른 움직임이다.
이는 2024년부터 추진해 온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부동산 임대업 중심 대출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는데, 해당 여신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중소기업 대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임대업 비중을 줄인 자리는 제조업 중심의 우량자산으로 채워가고 있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이 규제로 묶인 상황에서 자산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기업대출 확대가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할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으로 자금이 먼저 흐를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다.
실제로 4대 은행의 NPL(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0.05~0.10%포인트 상승했다.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국면에서는 위험가중치가 낮고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주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4대 은행은 올해 기업대출 중심의 성장 전략을 공식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업대출 부문의 연간 6~7%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중소법인은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우량 기업 위주로 대출을 늘리고 발 빠른 성장 축 전환으로 기업대출 경쟁 심화에도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신한은행도 생산적 금융 확대에 본격적으로 매진할 방침이다. 정상혁 행장은 올해 초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은행은 가계와 기업에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자금이 생산적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하는 본질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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