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최대 200%의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단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를 단순한 정책 선언이 아닌 '생산기지 미국 이전' 요구로 해석하며 이달 말 발표될 세부사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대해 최대 20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당장 시행되진 않을 것으로 약 1년에서 최대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인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 조사 이후 의약품 관련 정책 방향을 직접 언급한 첫 사례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기조가 본격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미국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달 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세율, 대상 품목, 시행 시점 등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상무부 장관이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대통령에게 대응 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이번 발언을 사실상 제조시설 이전을 요구하는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기술 이전이나 미 식품의약국(FDA) 실사에는 2년 이상, 생산시설 준공에는 최소 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은 자국기업의 리쇼어링 촉진과 해외기업들의 미국 내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 사용 등 미국 내에서의 의약품 생산을 위한 준비시한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제약업계 역시 관세 도입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알렉스 슈라이버 미국제약협회(PhRMA) 홍보 수석은 성명문을 통해 "관세로 인한 지출은 미 제조업이나 환자를 위한 미래 치료제 개발에 투자될 수 있는 비용이 쓰이는 것"이라며 재차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업계가 이미 미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발표한 상황에서 고관세는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이미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올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2주 안에 제약 산업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겠다"며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한 만큼 이번 조치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영향 최소화를 위한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은 미국 수출용 제품에 대해 2년치 재고를 확보했고 미국 내 위탁생산업체(CMO)와의 계약도 마무리 지었다. 향후에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 인수도 검토 중이다. 셀트리온은 "정책 시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급 차질이 없도록 내년 말까지 대응 체계를 완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올해 필요한 물량은 이미 모두 미국에 선출하했으며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등 장기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최근 바이오 USA에서 "올해 필요한 물량은 이미 미국에 보내 관세 리스크가 없다"며 "장기적 리스크 대응을 위해 미국 제조소 승인도 확보했고 푸에르토리코에 생산시설 구축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세부내용이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만큼 추이를 더 지켜보자는 입장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측은 "미국의 제네릭 및 원료의약품의 높은 수입 의존도와 미국 제약업계의 반발, 환자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으로 실제 200%라는 관세율이 최종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어 "즉각적인 관세대응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하기보다는 이달 말 이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약품 관세율, 관세부과 대상, 부과 시기 등의 계획을 지켜보고 각사별 대응전략을 본격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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