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부터 수입산 의약품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단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공사하고 있는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세부적인 계획과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일각에선 미국 현지에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실적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회사가 미국에 그들의 제약공장을 건설하지 않는 이상 10월1일부터 브랜드 또는 특허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사가 이미 시작된 경우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부과가 미국 현지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내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메이드 인 USA(Made in USA)' 기조를 강화하는 추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미국 안에서 공장을 짓든지 아니면 미국시장 접근비용을 더 내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의약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이 14억9000만달러(2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제적으로 미국에 현지공장을 구축한 업체들은 그나마 한숨을 돌리게 됐다. 먼저 셀트리온은 이달 일라이릴리의 미국 현지 생산공장을 약 46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는 동시에 신약 생산까지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현지 생산설비를 보유하게 되면서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업계 평가도 나온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미국 내 2년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2년 동안은 관세 우려가 없다"며 "이후부터는 이번에 인수한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 내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수출하고 있는 SK바이오팜도 앞서 푸에르토리코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면서 관세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관세 조치와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이미 현지공장을 건설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기존에 확보한 재고와 함께 미국 내 생산을 착수했기 때문에 이번 관세 부과 발표에 따른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투자 외에 각자만의 방식으로 관세 조치에 대응하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GC녹십자는 제품 생산에 미국산 원료를 활용하며 관세 리스크 해소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현재 미국에 선천성 면역결핍증 치료제 '알리글로'를 판매하고 있는데 해당 치료제의 원료로 100% 미국산 혈장을 사용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표한 상호관세 규제 행정명령에 따르면 완제품 구성물 중 미국산 원료 비중이 20% 이상일 경우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며 "관세 리스크는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 현지에 아직 생산시설을 구축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이번 관세 부과 발표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송도공장을 중심으로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공장 신설 및 인수 등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공식화된 투자 내용은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한 질문에 "현재 세부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에 보툴리눔 톡신(톡신) 제제를 수출하고 있는 대웅제약과 휴젤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들은 "톡신이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 적용되는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추후 구체적인 관세정책 및 업계 대응에 따라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한국바이오협회 측은 "이번 관세 조치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의약품 관세 계획과는 다른 결과"라며 "모든 국가에 일괄로 적용할지 그리고 미국이 기존에 다른 국가와 체결한 무역협정을 어떻게 반영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10월1일 이전에 미국 행정부가 의약품에 대한 100% 관세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세부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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