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바야흐로 K-미용의료 전성시대다. 지난해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강남역과 신사동 일대에선 성형 후 붕대를 감고 있는 외국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K-미용의료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국내 기업에게 기회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보툴리눔 톡신(톡신) 제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내 국산 톡신 수출액 비중은 4%에 머무른다. 기술력, 가격 경쟁력 등이 뒤처져서가 아니다. 성장을 발목잡는 규제라는 족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핵심기술 지정이다. 국가핵심기술이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 유출 시 국가안보 및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을 일컫는다. 톡신 생산기술은 2010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으며 2016년에는 균주 자체까지 포함됐다.
문제는 해당 규제가 수출 지연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제품은 수출 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법정 기한은 45일이지만 실제로는 최대 300일까지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글로벌 시장은 속도전인데 규제가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특히 톡신 제제의 경우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돼 있어 해외 진출이 생존 조건이다. 그러나 승인 허가에 따른 수출 지연은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야기한다. 실제로 국내 한 톡신 기업이 허가 승인 절차 탓에 경쟁사 보다 시장 진입이 늦어졌고 기존 승인 제품 대비 최대 49% 인하된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한 사례도 있다.
아울러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을 받기 위해 사전 준비부터 실제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 대기업의 경우 해당 절차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덜할 수 있지만 후발주자인 스타트업에는 상당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국가핵심기술이 산업 보호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시장을 고착화하는 도구로 작동하는 셈이다.
톡신 균주를 기술로 묶은 점도 의아한 부분이다. 균주는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이며 톡신 제제의 핵심 경쟁력은 정제 및 안정성 확보 기술에 있다. 그렇기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균주가 아닌 기술개발·품질관리 중심으로 산업을 관리하고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균주가 국내에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것도 모순에 가깝다.
안보 우려가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톡신은 생화학 무기로 개발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독성을 지닌 물질이다. 다만 국내 톡신 관리 체계는 이미 7개 법령, 6개 부처에 걸친 다층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 생화학무기법, 테러방지법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핵심기술은 사실상 중복 규제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K-미용의료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지금, 정부의 역할은 과잉 규제가 아닌 성장 촉진에 가까워야 한다. 국가핵심기술 규제는 K-톡신의 성장을 막는 '벽'이 되고 있다. 이 벽을 허묾으로써 K-톡신의 열풍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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