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시중은행의 달러예금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기업과 개인이 추가 환율 상승에 대비해 달러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다만 전체 수신 증가세는 정기예금보다 요구불예금 등 단기 대기성 자금이 이끌며 투자처를 찾는 자금 이동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642억713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4월(625억6688만달러) 대비 17억달러 증가한 수준이다.
달러 수신 잔액은 올해 3월 592억7219만달러까지 감소하면서 연중 저점을 기록했다. 이후 4월 말 625억6688만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5월에도 증가세를 이어온 것이다. 3월 대비로는 달러 수신 잔액이 약 49억9910만달러 늘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장기화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국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경계감,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과 개인을 중심으로 달러 수요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결제용 달러 확보 수요와 개인의 환차익 기대 수요가 동시에 유입되면서 달러예금 잔액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주간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긴 것은 지난달(1~29일) 18거래일 중 10일에 달한다. 월평균 원 ·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1466원에서 지난 5월 1490.9원으로 상승했다.
또 5월 들어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를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도 늘었다. 5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만 48조8911억원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외국인 자금 유출은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환율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달러예금은 환율 수준뿐 아니라 향후 환율에 대한 시장 전망에 따라 증감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3월 달러 수신 잔액이 연중 저점을 기록했던 것도 환율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당시 개인과 기업을 중심으로 달러 매도 물량이 늘면서 예금 잔액도 감소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기대와 달리 타결에 실패할 경우 미국의 대이란 공격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어 시장에서는 달러 급등으로 발현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글로벌 외환시장의 초점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타결 여부이며, 환율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예금을 포함한 총수신 잔액의 경우 지난 3월에만 전월 대비 6조원 순감소했다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28일 기준 5대 시중은행들의 총수신 잔액은 2256조원으로, 한 달 새 39조원 늘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93조원 증가했다.
다만 수신 잔액을 세부 내역별로 살펴보면 정기 예·적금 등 저축성예금은 감소한 반면 요구불예금이나 시장성예금 등 단기 대기성 자금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정기예금 자금 일부가 투자처를 찾아 이동했지만, 증시와 채권시장 진입을 대기하는 자금이 요구불예금과 단기 금융상품에 머물면서 총수신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저원가성 수신 잔액이 늘어 조달 비용은 낮아졌으나,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수신 잔액에서 저축성예금이 줄어든 반면 단기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것은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수요(머니무브)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은행의 요구불예금이나 단기 금융상품에 자금이 머무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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