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하나자산신탁이 지난해 신탁업계 불황 속에서 우수한 실적을 냈다. 신탁사 가운데 가장 큰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다 재무지표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장 수를 줄여나가면서 리스크를 통제한 결과 손실 규모를 최소화한 덕분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신탁은 지난해 영업이익 787억원, 순이익 588억원을 냈다. 전년에 비해 실적이 다소 주춤하긴 해도 국내 14곳의 신탁사 중 가장 큰 영업이익 및 순이익를 내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국내 신탁사들의 총 영업이익이 14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신탁업계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선방을 한 셈이다.
국내 신탁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수주가 크게 위축된 동시에 시공사의 부도 또는 경영난으로 자금 투입 규모를 확대했지만 이를 회수하지 못하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계열 신탁사는 모기업의 신용도에 힘 입어 확대해 온 '고위험 고수익'인 책준형 사업과 관련한 손실이 확대되면서 영업손실 및 순손실로 이어졌다.
하나금융지주를 모기업으로 둔 금융계열 신탁사인 하나자산신탁은 부동산 경기 침체기가 초입에 들어서면서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하나자산신탁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책준형 보다는 차입형 사업에 방점을 뒀다. 책준형 사업은 기투입한 신탁계정대에 대해서 변제 순위가 후순위인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실제로 하나자산신탁은 책준형 사업의 신규 수주를 줄이고 정리해 왔으며, 그 결과 책준형 사업장 수를 대폭 줄였다. 지난 2023년 3월 기준 사업을 진행 중인 책준형 사업장은 64곳이었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 34곳으로 줄었다. 이어 올해에도 절반 이상 정리하면서 책준형 사업장은 총 15곳으로 줄었다.
책준형 사업의 관리로 대손충당금 규모가 다른 신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은 신탁계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로 이어질 것을 대비해 설정한 충당금이다. 대손충당금 규모는 예상 손실액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하나자산신탁의 대손충당금은 644억원으로 전년(203억원) 대비 늘어난 규모를 보였지만, 여전히 금융계열 신탁사 중 적은 축이다. 금융계열 신탁사의 대손충당금은 ▲KB부동산신탁 3440억원 ▲신한자산신탁 2270억원 ▲우리자산신탁 958억원 ▲대신자산신탁 301억원 등이다.
하나자산신탁에 따르면 현 시점 책준기한을 도과한 책준형 사업장은 전무하다. 지난해 3월 기준 경북 고령 월성 산업단지의 책준기한이 도과하기도 했지만, 대주단과의 협의를 거쳐 내년으로 연장하면서 해소했다.

여기에 하나자산신탁은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중점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축소한 책준형 사업을 만회하고 있다. 하나자산신탁이 넉넉한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차입형 토지신탁사업에 선뜻 나설 수 있었다.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신탁사가 사업 추진과정에서 직접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선제적으로 리스크관리가 용이하고 우발채무 현실화 시 책임액 규모가 제한적이다. 실제 하나자산신탁의 자기자본은 5810억원으로, 금융계열 신탁사 중 가장 큰 규모인데다 부채비율(32%)도 100%를 하회하며 우수한 수준이다.
실제 수탁고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고가 지난해 1조6637억원으로, 전년(1조4592억원) 대비 14% 늘었다. 반면에 책준형을 포함한 관리형 토지신탁 수주고는 15조3007억원으로 전년(15조2094억원)에 비해 0.6% 늘어나는 수준에 그쳤다. 절대적인 금액 차이는 있지만 관리형 토지신탁 수주고가 거의 늘지 않은 것을 볼 때 차입형 토지신탁에 집중한 수주전략을 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건은 지난해 하나자산신탁이 수주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지 분양 성과지만 최근 대규모 차입형 사업장에서의 우수한 분양률을 보이고 있어, 하나자산신탁의 엑시트(자금 회수)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총 사업비가 1조원에 달하는 천안성성호수공원 공동주택 개발사업은 최근 우수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해당 사업은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업성동 일원에 지하 3층~지상 39층 규모로 공동주택 1763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최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7.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우수한 분양 성과를 냈다. 천안성성호수공원의 준공 및 입주는 2028년 2월로, 하나자산신탁은 분양대금 유입에 따라 엑시트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지난 2022년부터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기반으로 책준형 사업을 줄이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나간 결과 책준형 사업과 관련 리스크에 비껴날 수 있었다"며 "천안성성호수공원, 춘천 만천리 등 차입형 토지신탁사업장에서 잇달아 분양 성공을 보이는 만큼 엑시트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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