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양산업으로 불리던 제지업이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재도약에 나서는 듯 했지만, 영업환경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원재료값과 전기료 등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약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대부분의 제지사가 단일 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제지업계가 일부 상위권사를 제외하고는 자수성가형 오너일가가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춰 경영에 대한 견제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제지사들의 재무 현황과 지배구조,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양그룹 지주사격인 신대양제지가 오너 2세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올릴 전망이다. 신대양제지 창업주인 권혁홍 회장이 올해 83세로 고령인 만큼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데다, 신대양제지 주가가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오너가의 세금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대양그룹 실질 지주사 신대양제지…권 회장 42년간 절대자
22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신대양제지는 권 회장이 41세이던 1982년 골판지를 판매하기 위해 설립했다. 권 회장 형인 고(故) 권혁용 전 대양그룹 회장이 이끌던 대양제지공업의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가 목적이었다.
권 회장은 당초 대양그룹 대권에서 한 발 떨어져 있었으나, 권 전 회장 별세를 기점으로 형제 승계가 이뤄졌다. 권 전 회장 아들인 권영 전 대양제지공업 대표이사가 보유 주식 전량을 신대양제지로 매각하며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양그룹은 권 회장 체제에서 사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고, 한때 국내 골판지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세부적으로 신대양제지는 ▲골판지 상자 제조업의 대양제지공업(상장사) ▲골심지용 원지 제조사인 신대양제지반월 ▲골판지 원단 및 골판지 상자 제조사인 대영포장 ▲골판지 및 골판지 상자 제조사인 광신판지 등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 42년 동안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해 온 권 회장은 여전히 실권을 쥔 모습이다. 권 회장은 대표이사로 업무총괄직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특히 권 회장 부인과 자녀들이 신대양제지 경영에 참여하며 명확한 오너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권 회장 일가는 지분구조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권 회장은 신대양제지 지분율 17.23%의 개인 최대주주이며, 장남 권택환 부회장이 13.75%로 2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아울러 ▲차남 권우정 부사장 8.02% ▲장녀 권지혜 부사장 7.08% ▲배우자 이경자 부회장 0.56%씩 들고 있다. 이들은 사내이사로 회사 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 중이다.
◆ 장남 권택환 부회장 실질적 대주주…사실상 후계자
신대양제지가 본격적으로 2세 경영 시대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권 회장 장남인 권 부회장은 1975년생으로 서울대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신대양제지에 입사했다. 권 부회장은 미등기 이사이던 2004년 3월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입성하며 후계자 입지를 다졌다.
권 부회장은 신대한판지를 앞세워 신대양제지 주식을 늘려나갔다. 신대한판지는 2015년 말 기준 신대양제지 자회사였으나, 2016년 주주간 주식 양수도 및 유상감자를 거쳐 권 부회장 개인 회사인 신대한인쇄의 자회사가 됐다. 신대한판지가 신대양제지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실제로 신대한판지는 2016년 9월 처음으로 신대양제지 주식을 취득했으며, 2023년 5월까지 약 50여 차례에 걸쳐 140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합병에 따른 신주 취득과 주식 분할 등이 진행됐고, 현재 신대한판지는 신대양제지 10.26%를 보유한 3대주주다.
결과적으로 권 부회장은 직접 보유한 주식에 더해 '신대한인쇄→신대한판지→신대양제지'의 지배구조를 활용해 신대양제지 지분율 24%의 실질적인 대주주이다. 하지만 권 부회장이 대내외적인 총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부친의 지분 증여가 마무리돼야 한다.
◆ 지지부진 주가 흐름…세금 부담 최소화 '최적 타이밍'
신대양제지 주가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은 지분 승계를 가속화할 요인으로 꼽힌다. 주가가 낮게 유지될수록 오너일가가 부담해야 할 세금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대양제지 주가는 지난 21일 기준 전일 대비 0.17% 하락한 5750원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연초(57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대양제지는 주가 안정을 위해 올해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으나, 효과는 미비하다.
주식의 인기도를 파악할 수 있는 회전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주주들의 손바뀜이 잦을수록 주가 상승 여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되는데, 신대양제지의 경우 정 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신대양제지의 올 10월(1~21일) 주식회전율은 0.5%로, 지난해 같은 기간(2.1%)보다 1.6%p(포인트) 하락했다. 또 최근 3개월(7~9월)간 회전율을 살펴봐도 1.7%→1.5%→1%로 우하향 중이다.
신대양제지 오너일가가 21일 종가 기준으로 증여·상속세를 납부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주주 할증(20%)을 고려해 약 240억원을 내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이 상속세법 개정이 완료된 이후 경영 승계를 마무리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 정부에서 ▲최고세율 현행 50%→40% 인하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제도 폐지 등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개정안 대로라면, 오너가의 세금 부담은 160억원대로 30% 넘게 줄어들게 된다.
신대양제지 관계자는 "권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모두 경영에 참여 중"이라며 "누가 승계를 할 지에 대한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