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국내 2위의 골판지 제조사인 신대양제지가 '권택환 체제' 구축을 위한 마지막 단계만 남겨둔 모습이다. 신대양제지 창업주 권혁홍 회장 장남인 권 부회장이 2년 만에 다시 대표이사에 오르며 경영 실권을 쥐게 됐기 때문이다. 권 부회장이 이미 신대양제지 지배구조 정점에 앉아 있다는 점에서 권 회장 용퇴를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대권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 2016년부터 대표직 수행, 2022년 중대재해법 시행 하루 전 '돌연 사임'
2일 제지업계 등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지난해 말 신대양제지 각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2021년부터 신대양제지 사업총괄을 맡던 이상천 전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운 것이다.
권 부회장은 2016년부터 약 6년간 신대양제지 각자 대표이사로 일했지만, 2022년 1월26일 갑작스럽게 대표 직을 내려놓고 운영총괄 부회장 직만 수행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권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대재해법이 바로 다음날인 1월27일부터 공식 시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권 부회장의 공식 임기가 2개월 뒤인 3월까지였지만, 이를 다 채우지 않았다는 점도 의구심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공교롭게도 신대양제지는 이 시기 계열사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로 중대재해법 위반 부담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그해 1월 신대양제지 자회사 광신판지 안산공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데 이어, 약 3개월 전인 11월에는 손자회사인 대양판지 장성공장에서도 끼임 사고로 인한 중상자가 발생했다.
신대양제지는 권 부회장이 대표 직에서 물러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라고 해명했지만 권 부회장이 다시 복귀하면서 '오너 중심 경영체제'로 회귀하게 됐다.
◆ 권 부회장, 신대양제지 주식 신대한판지로 매각…사실상 '개인회사'
업계는 권 회장이 조만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권 회장은 현재 신대양제지 상근 회장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만, 올해 84세로 매우 고령인 데다 지난해 권 부회장으로의 지분 정리가 사실상 완료됐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권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기 보유하던 신대양제지 주식의 절반가량을 시간외매매로 처분하며 약 278억원을 현금화했다. 거래상대방은 관계사인 신대한판지이며, 이 거래로 신대양제지 지분율은 18.91%가 됐다. 이어 ▲권 회장 16.41% ▲권 부회장 8.62%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60%에 근접한 상태다.
신대양제지에서 골판지 원지를 납품받아 골판지 및 골판지 상자를 제조하는 신대한판지의 최대주주는 신대한인쇄(지분율 50.5%)다. 신대한인쇄는 권 부회장과 특수관계자 총 2인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오너 개인회사다. 현재 권 부회장은 신대한인쇄와 신대한판지의 대표를 겸직 중이며, 신대한인쇄의 경우 권 부회장이 유일한 사내이사라는 점에서 최대주주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신대양제지는 '권택환→신대한인쇄→신대한판지→신대양제지'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주식 매도로 막대한 현금을 챙기면서도, 본인의 개인 회사를 통해 지배력은 오히려 공고히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 '증여세 500억' 정공법 대신 개인회사 활용…개미들 공세, 동력 상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이 상속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편법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대한판지를 통해 지배구조 최상단에 오르면서도, 개인적인 세금 부담은 '0원'으로 만드는 구조를 설계했다. 만약 권 부회장이 부친의 신대양제지 지분(16.41%)을 모두 증여받는 정공법을 택할 경우 5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월30일 종가(1만1820원) 기준 권 회장 주식가치는 약 782억원이며, 증여세 60%를 적용하면 469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권 부회장은 골판지 업황이 부진한 만큼 강력한 오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대양제지를 비롯한 국내 톱5(아세아제지·삼보판지·태림포장·한국수출포장)의 골판지 원지 업체들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기준 태림포장을 제외하고는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한국수출포장의 경우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아울러 소액주주와의 갈등은 유야무야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신대양제지 주주연대는 훼손된 경영 투명성 회복과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을 시도했다. 주주연대는 사측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0일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동력이 약화된 상태다.
권 부회장 등 신대양제지 오너일가는 이번 법원 판결로 사실상 승기를 잡은 데다, 권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터라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실제 경영권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신대양제지 측은 권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배경 등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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