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KB증권이 기한이익을 상실(EOD)한 발생한 서울 서초동 하이엔드 주거시설 개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채권을 5개월 만에 매각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딜로 약 700억원 규모 손실을 입었지만 통상 1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는 경·공매 절차를 기다리는 대신 조속한 매각으로 장부상 부실을 조기에 해소하고 리스크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설 속내다.
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보유하고 있던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역 도생개발사업 관련 NPL(부실채권)을 홍콩계 투자사 SC로위에 약 180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채권은 지난해 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직후 KB증권이 자기자본(PI) 2500억원을 투입해 사모사채 형태로 인수한 자산이다. 매각 거래의 원금 대비 할인율은 약 28% 수준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선순위 NPL 거래 가격이 원금 대비 30% 이상 할인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양호한 조건이다. 특히 경·공매 절차를 밟을 경우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유찰이 반복될수록 손실 폭이 50%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조기 매각을 통해 눈덩이처럼 불어날 손실을 줄이자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조기 매각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금융 당국의 압박과 증권사 자체적인 재무 건전성 제고 의지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부실 사업장 정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업성이 낮은 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며 손실 인식을 미루는 행태에 대해 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KB증권도 해당 사업장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20~30%가량 높아 단기간 내 시장성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기 회복을 기다리며 리스크를 키우기 보다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부실 자산을 털어내 순자본비율(NCR) 등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을 리더십이 내린 것이다. 특히 관련 투자는 KB증권 전임 임원들이 내린 것인데, 최근 KB증권 컨트롤타워가 연말연초 인사로 물갈이 되면서 새 경영진 입장에서는 빅 배스(Big Bath)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손실의 책임을 전임들에게 지울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초동 하이엔드 주거시설 개발 PF는 옛 효성서초빌라 부지에 124가구 규모의 하이엔드 주거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지만 주변 시세 대비 높게 책정된 분양가 논란과 시행사와 대주단 간 운영권 갈등, 시공사인 효성중공업과의 공사비 정산 문제 등으로 장기간 교착 상태에 머물렀다. 특히 시행사의 분양대행 권한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대주단이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 EOD가 발생하게 됐다. KB증권은 인수확약자로서의 책임에 따라 해당 채권을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와 공사비 급등,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과거 우량으로 분류되던 PF 사업장들도 정상적인 추진이 불가능해지고 있는데 증권사 입장에서 잠재적 부실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은 재무 건전성에 부담일 수 밖에 없다"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자산을 정리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앞으로 부실 PF 채권 매물이 대거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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