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이세정 기자] 운전 경험이 아무리 많더라도 돌발 상황에서는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나 앞차의 급정거 등은 운전자를 감정적으로 만든다. 처음 방문한 관광지에서는 여러 이유로 차량을 운전하기가 부담스럽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셔널의 로보택시는 매우 좋은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이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 무인 자율주행(레벨4) 서비스를 개시하는 가운데 직접 로보택시의 운영 역량을 체험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시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오전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를 출발해 상업지구와 관광 중심지, 대형 호텔 밀집 구간 등을 차례로 통과한 뒤 다시 센터로 복귀하는 총 14km 약 40분 코스에서 이뤄졌다.
시승 차량은 제조 혁신 기술 테스트베드인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제작된 현대차 아이오닉 5 로보택시였다. 차량 정면 본네트에는 '현대차그룹'이 영문으로 써 있었고, 측면에는 한글로 '모셔널'이 적혀 있었다. 시스템 테스트와 원활한 차량 배치 프로세스 등을 위해 차량 운영자가 운전석에 탑승해 있었다. 해당 운영자는 상용화에 앞서 올 초부터 시작한 시범 서비스 운영을 위해 배치된 인원이다. 하지만 차량 운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뿐 스티어링휠(핸들) 조작이나 가감속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도록 지시를 받은 상황이었다.
기자는 조수석 뒷자리(2열)에 탑승했다. 1열 시트 후면에 부착된 디스플레이에는 "Hello Passenger! Are You Ready To Go?"(탑승자님 안녕하세요, 출발할 준비가 되셨나요?)라는 문구가 띄어져 있었고, 아래에는 사전에 설정된 시승 코스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벨트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I'm ready!" 아이콘을 누르자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화면에서는 '▲문이 닫혔는지 확인하세요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스티어링휠이나 다른 차량용 장치를 조작하지 마세요' 등 시승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명시돼 있었다. 화면 하단부에 위치한 "Start my ride" 아이콘을 누르자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됐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가 출발한 곳은 라스베이거스 남쪽에 위치한 730 파일럿 로드다. 해리 리드 국제공항과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남단 사이에 위치한 이 지역은 도심 상업지구와 관광 중심지로 빠르게 연결되는 교차점이다. 특히 공항 접근 도로와 주요 간선도로가 맞물려 있는 탓에 교통 정체가 잦다. 모셔널은 이 곳을 테크니컬 센터이자 운영 거점으로 삼고, 로보택시가 도심과 관광지역으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평일 오전인 탓인지 예상보다 도로 흐름은 원활했다. 로보택시는 도로 규정 속도에 맞춰 천천히 속도를 높였다. 앞차와의 간격을 적절하게 유지했을 뿐 아니라 회전 상황에서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안전하게 주행을 이어갔다.
첫 번째 기착지는 대형 쇼핑몰인 타운 스퀘어였다. 주차장을 오가는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이 뒤섞이며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이 반복되는 구간이다. 로보택시는 타운 스퀘어 진입과 동시에 속도를 낮췄다. 교차로 구간에 진입했을 때 오른쪽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픽업트럭과 충돌할 뻔 했지만, 로보택시는 즉시 급정거하며 사고를 회피했다. 신속하게 제동이 이뤄진 만큼 차량 운영자에게 주행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물었지만, 스티어링휠과 브레이크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타운 스퀘어를 지나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으로 진입하자 차량 이동이 많아졌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 특성상 교통 밀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신호 대기와 차선 변경이 잦은 데다, 주변 차량의 움직임도 상대적으로 거칠었다. 하지만 로보택시는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변 차량과 속도를 맞췄으며, 차선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변경했다.
가장 혼잡한 구간인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로보택시는 로비 앞에 도착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승객을 태우기 위한 택시들이 즐비해 있었다. 로보택시는 관광객과 셔틀 차량이 오가는 차로를 지나 호텔 로비 앞 공유 서비스 차량의 전용 드롭오프 존까지 직접 진입했다. 이 곳은 대형 컨벤션과 호텔이 위치한 복합 단지인 만큼 택시와 공유 차량, 셔틀 등이 정차와 출발을 반복하는 전형적인 혼잡 구간이다. 하지만 로보택시는 급한 조작 없이 해당 구간을 탈출했다.
호텔 로비는 자율주행 차량에 있어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갖춘 곳으로 꼽힌다. 도로 위 주행과 다르게 차로와 보행자, 정차 차량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현재 멈춰 있는 택시가 언제 출발할지 예측이 쉽지 않고, 보행자가 정해진 동선에 따라 짐을 끈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로보택시는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주행 방법을 판단하고 결정했다.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로 복귀하는 동안 무단횡단자와 맞닥뜨렸다. 로보택시는 약 200m 가량 거리에서부터 보행자를 인식했고 천천히 속도를 줄이면서 구간을 지났다. 모셔널이 200만마일(320km) 이상의 자율주행 거리를 달성하는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체감케 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전기차 특유의 주행 불편감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통상 전기차는 회생제동 단계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특히 로보택시의 경우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인 터라 부드러운 주행감을 구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모셔널 로보택시는 승객에게 편안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멀미나 울렁거림 등이 느껴지지 않았다.
로라 메이저 모셔널 CEO는 "모셔널의 미션은 운전자 없는 차량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누구나 접근 가능한 현실로 만드는 것"이라며 "'안전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최우선 가치이며, 운전자가 없는 진정한 무인 주행을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셔널의 안전한 무인 주행 시스템은 현대차그룹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서만 가능했다"며 "현대차그룹의 고품질·고효율 차량 제조 역량과 모셔널의 AI 기술 및 자율주행 플릿 운영 경험이 결합돼 우리의 미션을 실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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