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은 속도보다 완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운전자를 대체하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과 양산차에 적용되는 운전자 보조 기술을 명확히 구분했다. 레벨4 이상 자율주행은 합작법인 모셔널이 전담하고, 그룹 본체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전기전자 아키텍처 전환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과 모셔널 경영진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자율주행 전략의 배경과 방향성을 설명했다.
먼저 양산차 자율주행과 모셔널 기술의 차별점에 대해 김흥수 현대차·기아 GSO 본부장(부사장)은 "모셔널은 운전자를 대체하는 레벨4 자율주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기존 양산차의 운전자 보조 기술과는 접근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유지한 현대차그룹 AVP본부 상무도 "양산차에 적용되는 자율주행은 운전자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운전을 보조하는 기술"이라며 "반면 모셔널이 개발하는 레벨4 기술은 운전자 자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발전되면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궁극적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벨4 자율주행은 사고 발생 시 책임이 제조사에 귀속되는 반면, ADAS 기술은 책임 주체가 운전자에 있다. 현대차그룹이 레벨4 자율주행을 별도 법인인 모셔널에 맡긴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율주행 업계의 화두인 E2E(End-to-End) 전환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라 메이저 모셔널 CEO는 "룰베이스에서 E2E로 단번에 전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레벨4 로보택시는 최소한의 안전 가드레일을 유지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도 "레벨4 이상 기술은 사고 책임이 제조사에 귀속되는 만큼, 기술 성숙도를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급격한 전환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멀티 모달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 역시 '안전 책임'이다. 모셔널은 카메라 중심의 비전 온리 방식 대신, 라이다·레이더·카메라를 결합한 멀티 모달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메이저 CEO는 "완전 자율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이라며 "센서 중복성을 확보해야 야간 불빛이나 강한 햇빛, 비·눈과 같은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 운전자조차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로보택시는 일관된 기준으로 주행해야 한다"며 "레벨4를 전제로 하면 멀티 모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모셔널이 무인 로보택시 첫 상용화 지역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선택한 배경 역시 현대차그룹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메이저 CEO는 "라스베이거스는 라이드헤일링 수요가 높고, 보행자와 공사 구간, 복잡한 교차로 등 다양한 주행 변수가 공존하는 도시"라며 "상용화를 전제로 한 실전 데이터를 확보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테스트베드를 넘어 사업성과 기술을 동시에 검증할 수 있는 도시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모셔널이 경쟁사 대비 후발주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로보택시를 상용화한 경쟁사가 존재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늦은 행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메이저 CEO는 "아직 시장은 초기 단계"라며 "비용 효율적인 레벨4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업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모셔널은 빠른 데모보다 안전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도 "연말 상용화를 앞두고 고객이 편안함과 안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기준점을 찾고 있다"며 "속도보다 완성도를 우선하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로보택시 확장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현대차그룹은 구조적 해법을 제시했다.
김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이 모셔널에 투자한 금액은 약 34억달러(약 5조원)"라며 "모셔널의 센서 통합과 아키텍처 최적화 노력에 더해, 현대차그룹이라는 OEM과 앱티브라는 티어1 공급업체 구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모셔널은 올해 말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를 시작으로 수요에 따라 차량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머신러닝 및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연구와 차량 개조,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인 피츠버그 역시 확장 대상이다.
다만 국내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김 부사장은 "우선 올해 말 상용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를 포함한 다양한 시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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