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연말 임원 인사 방향성에 대한 그림도 그려지는 모양새다. 정의선 회장은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금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신사업을 조기 안착시킬 수 있는 엔지니어 출신 임원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 사장단 인사, 늦어도 12월 초 예고…소폭 인사 관측
18일 재계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 주요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미 지난해 주요 계열사 C레벨 교체를 실시한 만큼 올해는 변동폭이 지난해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컨대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는 그룹 최초의 외국인 CEO(최고경영자)인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을 발탁했으며, 최준영 기아 대표와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 등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영전했다.
특히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 정상은 지난달 29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종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으며, 이달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영 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된다. 연간 약 8조원으로 추산되는 관세 비용이 5조원 수준으로 줄면서 3조원가량 아끼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기존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서 무관세를 적용 받았던 터라 수익성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 美 관세에도 실적 선방…신상필벌도, 승진잔치도 없을 듯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인사에서는 대규모 승진잔치가 열리기는 어렵지만, 신상필벌 원칙 역시 느슨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글로벌 보호무역 주의와 공급망 재편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에서도 선방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은 관세에 따른 손실 반영으로 이익률은 하락했지만, 실질적인 판매대수는 오히려 늘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는 올 들어 10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609만3669대를 판매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한 숫자다.
주력 시장인 북미의 경우 관세 타격에도 유동적인 현지 판매가 책정을 통해 판매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올 10월까지 미국 판매 대수는 145만36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 성장했다. 여기에 더해 정 회장이 젠슨황 엔디비아 회장과 함께 이른바 '깐부회동'을 즐기며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공급 받기로 한 점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비전을 더욱 밝히고 있다.
주목할 점은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 체제에서 철저한 성과주의 기반의 용인술을 구사해 왔다는 점이다. 순혈주의가 옅어지면서 외부 출신 임원 비중이 늘었을 뿐 아니라 여성 임원수도 늘었다. 특히 이번 투자 계획에서 그룹 차원의 근원적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AI와 로봇 산업을 육성하는데 쏟아 붓겠다고 공언한 만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적극 발탁할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 신사업 안착 위한 기술 역량 강화…엔지니어 출신 임원에 쏠리는 눈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재원으로 AI와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역량 강화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AI 모델 학습 및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전력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피지컬 AI 생태계 발전의 중추를 담당할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 센터'와 고객 맞춤형 로봇 기술을 바탕을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을 조성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엔드 투 엔드 딥러닝 모델 기반의 '아트리아 A'를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자회사 포티투닷과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해당 기술 구현에 나서게 된다. 또 내년 하반기 차량 하드웨어오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카'를 공개하고 양산차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
국내 투자 전체 예산의 30%가 배정된 R&D 분야는 내연기관차량 뿐 아니라 제네시스, 전동화차량, 전동화에너지솔루션 등 파워트레인과 라인업 다각화를 책임지고 있다. 배터리의 설계·개발 역량을 고도화함으로써 배터리 상품성과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키기 위한 배터리 기술 내재화도 추진 중이다.
이렇다 보니 R&D본부와 AVP본부를 중심으로 승진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아울러 신사업 주축인 수소연료전기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분야 인재들도 임원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완성차 영역에서 AI·로봇 분야의 압도적인 선두주자가는 아직 없다. 시장 주도권을 초기에 장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연구 역량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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