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2025년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서울 도심 핵심 상업지 오피스 거래가 상위 10위 중 9곳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고 이런 흐름 속에서 대기업 본사 사옥들이 시장의 전면에 등장했다. 대기업들이 계열 리츠를 활용해 본사 사옥 등 보유 오피스를 유동화하는 전략을 추진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금리인하 기대를 타고 오피스 부동산이 기업금융 전략에 편입됐다고 볼 수 있다.
◆ 금리인하 기대가 바꾼 상업용 부동산 판도
2일 '2025년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잔금 납입이 완료된 거래 기준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 연간 거래액은 28조873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연간 거래액(17조5171억원)과 비교하면 약 65% 증가한 규모다.
거래 시기별로 보면 지난해 시장은 기존과 상이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지난해 상반기 거래액은 16조8374억원, 하반기는 12조362억원으로 집계돼 상반기 거래가 오히려 더 활발했다. 전년도까지는 하반기 거래가 상반기를 크게 웃도는 '상저하고' 구조를 보이면서 하반기 거래 규모가 상반기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선반영된 영향이 적지 않았던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2월과 5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p 인하한 이후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 인하 여부와 관계없이 금리 하락에 대한 시장 기대가 상반기에 먼저 반영되면서 오피스 거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시장의 기준금리는 하반기에 연달아 인하되면서 상반기 예상되던 글로벌 유동성 증가를 증명했다. 시장에선 부동산 매입에 따른 금융비용이 낮아질 거란 기대가 확산되면서 기대수익률이 비교적 명확한 오피스 자산을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됐다.
실제로 지난해 딜사이트가 집계한 부동산 거래 규모 상위 10건 가운데 1곳을 제외한 9곳이 오피스빌딩 거래였다. 이중 도심업무지구(CBD) 등 핵심 업무 권역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빌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전년도인 2024년에는 상위 10개 거래가 오피스뿐 아니라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상업시설 등으로 구성되며 자산 유형이 다양했던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 본사 사옥까지 매각…계열 리츠로 유동화 나선 대기업들
오피스 투자 수요가 회복되면서 대기업들은 본사 사옥 등 보유 오피스 빌딩을 잇달아 매각했다. 기업들은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계열 리츠(REITs)에 이전해 확보한 현금을 신사업 투자 등 재원으로 활용하며 자산 유동화에 나선 것이다. 이는 부동산을 단순한 핵심 자산으로 보유하기보다 유동화를 통해 자금 여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의 결과다.
지난해 잔금 납입이 완료된 8건의 거래 대상은 ▲KT&G 을지로타워 ▲소노타워 ▲SK플래닛 판교사옥 ▲NC타워 ▲현대그룹빌딩 ▲BNK디지털타워 ▲대신파이낸스센터 ▲흥국생명빌딩 등이다. 이 가운데 KT&G 을지로타워와 현대그룹빌딩을 제외한 6곳은 매각 기업이나 계열사가 본사로 사용하던 빌딩이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자산을 통한 재무전략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SK가 사옥을 판 것은 시장에 적잖은 랜드마크가 됐다는 평이다. SK는 지난 2005년에도 인천정유 인수 자금 등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그룹의 상징적인 건물인 서린빌딩을 해외 투자은행(BoA메릴린치)에 매각했고, 15년 후인 2020년경 유보금 상황이 나아지면서 저금리 기조가 예상되자 다시 이를 약 1조 원에 되사들이는 전략을 활용했다.
지난해 이뤄진 대기업 본사 빌딩 매각 거래의 절반은 계열 리츠를 활용한 그룹 차원의 자산 이동 사례였다. 매각 기업은 단기간에 전략적 재원을 확보하고, 계열 리츠는 안정적 임대 수익을 확보하며 그룹 전체로 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구조다.
여기에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구조를 활용하면 기존 공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운영 공백 없이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외형상 매각 형식을 취하면서도 자산을 그룹 내부에 유지할 수 있어 핵심 부동산을 잃지 않고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며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SK플래닛 판교사옥을 3607억원에 그룹 계열 리츠인 SK리츠에 매각해 AI 사업 확장을 위한 재원을 마련했다. 지난해 유심 해킹 사고에 따른 5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고 분기 영업이익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하는 등 재무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오피스 매각은 유동성 확보의 기회 역할을 했다.
대신증권 역시 을지로 본사 사옥인 대신파이낸스센터를 6620억원에 대신밸류리츠를 통해 매각하며 자기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자기자본 3조원 달성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을 위한 기업금융 사업 확대 기반이 됐다.
흥국생명보험도 흥국생명빌딩을 7193억원에 계열 리츠인 흥국코어리츠로 매각해 전략적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추진 과정에서 대규모 현금이 필요했던 시점에서 오피스 매각은 단기간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작용했다.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가장 먼저 반영된 자산이 오피스였다"며 "대기업 본사 사옥은 안정적인 임차료와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금리 환경 변화 국면에서 리츠를 통한 세일앤리스백 구조가 더욱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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