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한화그룹의 경영권이 김승연 회장에서 장남 김동관 부회장으로 사실상 세대교체가 시작되면서 그룹의 법률 리스크 관리와 인수합병(M&A)을 전담하는 법률 파트너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 시절 오너 리스크를 전담하며 밀월 관계를 유지했던 광장의 입지는 축소되는 반면 김동관 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에는 김앤장이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오너와의 인연을 중시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글로벌 확장과 성과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새로운 경영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한다.
9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김앤장은 지난해 한화임팩트파트너스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인수(약 1조3000억원), 한화디펜스앤에너지의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인수(약 1조1400억원) 등 조 단위 거래를 함께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는 김앤장과 협력하며 국가 간 대규모 자금 거래에 따른 세무 이슈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등 규제 리스크를 해소했다.
하지만 과거 김승연 회장 체제의 한화는 사업 구조의 기틀을 다지는 과정에서 늘 법무법인 광장과 함께 했다. 광장은 오너 일가 개인의 배임·폭행 등 형사 사건들을 전담하며 신뢰를 쌓았고, 이에 상응하듯 한화는 지난 10여 년 간 그룹의 핵심 자문 일감을 광장에 몰아줬다. 2014년 한화가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삼성종합화학 등 4개사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며 현재의 방산·석유화학 사업 근간을 완성할 당시 법률 자문을 총괄한 곳도 광장이었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금융 부문 역시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부터 2010년 상장(IPO)까지 광장의 주도 하에 이뤄졌다.
한화와 광장의 협력 관계는 김동관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김승연 회장 시대가 오너 리스크 관리를 위해 광장을 필요로 했다면, 김동관 체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김앤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2020년 한화솔루션 사장,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승계 구도를 굳혔다. 이 시기 그는 화약·화학·금융 위주였던 그룹 포트폴리오를 태양광·방산·항공우주·조선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경영 주도권을 확보했다. 사업 축이 내수에서 해외로 확장됨에 따라 국내 형사 리스크 관리에 특화된 광장 대신 글로벌 업무 역량을 갖춘 김앤장으로 법률 파트너 무게 중심이 이동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태양광·방산·항공우주·조선 등의 신사업들은 기술 제휴 및 수출 등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딜이 주를 이루는데,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보안 산업이라는 특수성을 갖는다. 사소한 법률적 흠결이나 정보 유출이 조 단위 손실은 물론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만큼 우수한 맨파워·글로벌 네트워크·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유하며 업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앤장을 파트너로 택했다는 관측이다.
한화는 외부 M&A뿐만 아니라 그룹 리밸런싱 작업도 김앤장과 협력하며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김동관 부회장의 주도 아래 이뤄진 2023년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가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및 해외 7개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통과가 관건이었던 이 딜에서 한화는 김앤장의 공정거래팀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수를 마무리했다.
향후 김 부회장 주도 아래 그룹 사업 재편 및 승계 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앤장과의 협력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한화그룹은 우주·항공, 방산,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원천 기술들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추가적인 크로스보더 딜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기업 결합 심사 등 고난도의 규제 검토가 필수적인 만큼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김앤장이 향후 법률 자문 과정에도 함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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